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로디 옹그 Apr 20. 2022

화분과 자동차의 시간

손 글씨로 써보는 글쓰기 첫 번째 시험

한 달가량 듣는 글쓰기 수업에서 갑자기 시험을 봐서 브런치에 저장해둔다. 예고 없는 테이블 시험도 당황스럽지만 생각도 안 해본 두 사물을 연결해보는 글쓰기로 뇌 운동을 한 느낌이랄까

40분간 수기로 글쓰기 한 시험문제는 <화분과 자동차의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글쓰기 노트에 적어 내리기 시작하여 30분이 지나자 손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30분 넘게 열심히 손글씨를 써본 적은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다. 쥐가 난 손으로 글씨체는 점차 교통사고로 충돌한 안전바처럼 기울어지고 무너진다. 이 와중에 글의 구조라도 살려두고자 뇌는 바쁘다.

심지가 곧은 교수님의 수업 방식은 안 쓰는 근육을 깨운다. 신체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다. 글쓰기 생각으로 머리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데 걸리는 하루를 구겨 넣어도 내일로 넘친다. 습관 들이기가 잘 되지 않는다. 바로 타자로 글 쓰는 것에 익숙한데 손글씨를 하루 걸려 다시 써도 손 근육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있다. 선생님의 Good! 은 굉장한 격려이다. 글쓰기에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만 계속 해보리라!!     

 



아기가 병원에서 태어나서 집으로 향할 때 자동차를 타듯 생명의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화분의 흙 속에 심어진다. 아기는 엄마의 자궁에서 병원으로 자동차에서 집으로 도착한다. 집에 도착하여 아기는 자라나고 화분에 심어진 씨앗은 성장한다. 화분의 씨앗은 화분이라는 공간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나서 더 큰 화분으로 옮겨지기도 하고, 아기가 성인이 되어 세상으로 나가듯 땅이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자동차는 인간을 원하는 곳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주며 지속적으로 변하는 화면을 보여주지만 화분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화분 속 씨앗이 발아되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식물이 성장하여 나무가 되기까지 바라보는 것은 한 인간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자동차의 시간이 인간에게 유용하게 맞춰져 있다면 화분의 시간은 인간의 성실도와 애정에 달려있다. 화분이 야외에 놓여 있다면 해와 바람과 비와 눈도 화분 속 생명의 성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주로 화분의 시간은 화분 주인인 인간이 관리한다. 자동차와 화분의 시간 모두 이러한 점에서 인간이 작동시키는 지점이 있다. 아무리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고 해도 화분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생명은 일정한 수분과 햇빛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공급해주는 것은 인간의 애정이다. 인간의 애정에 따라 수명을 관리받는 것은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을 담는 자동차와 화분은 시간적인 변화로 시선을 주목시키기도 하지만 인간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과 거울의 사회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