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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18. 2024

스텔스 전투기 잡아내는 중국의 신기술

당신이 모르는 사이 등장한 차이나 하이테크

홍콩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과학자들은 미국 F-22 랩터와 같은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새로운 레이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과학자들이 개발 중인 이 획기적인 레이더는 중국의 베이더우(北斗) 항법 위성 시스템의 신호를 이용해 F-22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중 간의 군사적 균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https://www.scmp.com/news/china/science/article/3282688/can-chinas-beidou-radar-detect-f-22-stealth-fighters?module=top_story&pgtype=homepage


우선 이 기술의 내용을 살펴보자. 중국은 얼마 전에 미국의 GPS 위성 시스템에 해당되는 베이더우(北斗) 항법 위성 시스템을 완성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베이더우 시스템 계획을 프로젝트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중국 기상국 산하의 화윈(华云)이라는 회사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화윈이라는 회사는 기상국이 사용하는 여러 기술 장비를 개발, 제작, 공급하는 국영 회사였다. 회사는 기상 관측을 위한 여러 센서들을 묶어서 하나의 기상 관측 통합 장비를 개발했는데 장비는 당시 베이도우와의 통신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미국의 GPS는 이용자의 위치를 특정할 있게 해주는 일방향 시스템인데 비해 베이도우는 문자 통신을 있는 쌍방향 통신 기능을 구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능은 비상시, 예를 들어 SOS를 발신할 때와 같이 선박이 위험에 빠졌다던가 하는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 베이도우 시스템도 대단한 시스템인데 다른 기회에 소개하겠다.


문제의 기술은 베이도우 시스템을 이용해서 스텔스 기를 탐측해 낸다는 것이 기본적인 아이디어이다. 베이도우 시스템의 위성은 위치 신호를 발신하는 강력한 전파를 송출한다. 물론 지구의 정지 궤도에서 보내오는 신호이다. 따라서 모든 항공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전파를 송출한다. 이 전파가 지상에 도달하는 과정 중에 중간에 무엇인가 물체를 만나게 되면 전파가 굴절되어 독특한 반향이 발생한다. 바로 이 반향을 분석하여 표적의 유형과 위치를 상당히 정확하게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텔스기는 기본적으로 레이다에서 오는 전파를 난반사하여 레이다 기지 쪽으로의 전파 반사를 최대한 줄인다. 그리고 기체 표면에도 레이더를 흡수하는 소재를 적용하여 반사량 자체를 줄인다. 열과 에너지를 방사하는 제트 엔진 출구는 가린다. 이렇게 해서 레이더 반사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지상에 있는 레이더 기지로부터  직선으로 날아오는 전파에 대한 것이다. 저 높은 위성 궤도에서 내려 꽂히는 전파에 대해서는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방법이 없다. 전파가 스텔스 기체를 완전히 통과해 버린다면 모를까.


 이 기술은 지상에 탐측 장비를 설치하게 되는데 베이도우로부터 전파를 수신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의 레이더 기지와는 달리 전파를 송출할 필요가 없다. 레이더 기지는 자주 송출 전파를 역탐지 당하여 공격 목표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 기술은 레이더 기지와는 달리 관측 장비의 위치를 드러내는 전파를 방출하지 않아 안전하다. 그러니 스텔스 기의 조정사는 자신이 피탐 되어도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


간단한 수신 안테나를 사용하는 이 탐측 장비는 비용 효율적이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곳에 배치할 수 있다. 베이도우 위성은 모든 날씨에 강하고, 전 세계 어떤 지형도 커버하며, 연속성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전송 주파수를 이용하고, 정확한 타이밍도 제공한다. 그러나 스텔스기에 의해 굴절된 신호는 지상에 도달할 때 매우 약하며 동일한 위성 신호도 건물, 나무 및 기타 물체에서 반사되어 강한 간섭과 소음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대해 산시성 시안에 있는 우주 마이크로파 통신 국가핵심연구소의 선임 엔지니어인 웬 위안 위안이 이끄는 프로젝트 팀은 기준 안테나 없이 단일 채널을 사용하여 스텔스기를 식별하는 전례 없는 '블라인드 탐지'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독특한 알고리즘 덕분에 가능했다고 한다. 1991년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컴퓨터 과학자였던 고란 지바노비치는 전자기 신호에 숨겨진 주기적 주파수를 감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명했다. 이 알고리즘이 발표된 후 지바노비치는 학계에서 사라졌고, 1년 후 유고슬라비아라는 국가 자체가 해체되었다. 그의 연구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지난 15년 동안 그의 논문을 인용한 서양 과학자는 없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의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되어 레이더, 통신 및 소나와 같은 분야에서 널리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초 과학 성과가 냉전 시대에 묻혀있던 것이 지금 재조명될 수 있다는 시사를 던져 준다. 과연 우리는 구 공산권 국가의 과학 기술 수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뮬레이션 테스트에서 이 알고리즘은 세 가지 스텔스 표적의 거리, 방향, 속도를 무선 잡음과 성공적으로 구분해냈다고 한다. 이제 다음 단계로는 현장 테스트가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스텔스 기의 탐지에 유용한 결과가 나온다면 미국의 대중국 군사 우위는 다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소수의 과학자의 성과가 전 세계 지정학에 영향을 주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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