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사이프러스 나무를 그리기 전까지
유럽인들은 사이프러스의 아름다움을 몰랐다고 해.
너무 흔하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였거든.
얼마 전에는 종로 뒷골목에서 밥을 먹다가
서양인 여행자 서너 명이
고등어 백반 집 입간판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봤어.
그들의 눈에는 고등어 백반 집 입간판이
도대체 어떻게 보이는 걸까?
여행을 하다 보면
왠지 새롭고 신기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
빠이의 커다랗고 빨간 우체통이라던가,
아기자기한 문양이 새겨져 있던 고베의 오수 덮개라던가,
시크교인들이 쓰고 있는 커다란 터번이라던가,
방콕에서 사 마시던 비닐봉지 커피라던가,
생각해 보니,
나도 그런 것들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사진을 찍곤 했던 거 같아.
현지인들이 눈에는 매일 지겹게 보는 똑같은 풍경일지라도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새롭고 신기하게 보이는 법이니까.
지금은 비록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지만
오늘 하루는
여행자의 눈으로
내 주위를 바라보고 싶어.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내가 매일 보는 이 풍경 속에도
뜻밖의 아름다움과
예상치 못한 어떤 경이로움이
숨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