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딱 한 번뿐이지만
노을은 공짜야,
라고 늘 생각해 왔어.
노을은
어디에서나
누구나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말이지.
왜 나는
오랫동안
노을을 보지 못 한 채 살아 왔을까?
강남 사거리에도
분명 매일 노을이 졌을 거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난 어디서도 노을을 본 기억이 없어.
노을은
하루 한번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어.
걸음을 멈추고
서쪽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린 사람만이
노을이 있는 저녁을 만날 수 있는 거였어.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노을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
공짜니까,
라고 생각하며
늘 어딘가로 바삐 걸어가고 있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