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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현 Jul 03. 2019

2. 왼쪽은 어디고 오른쪽은 어디

갑자기 가운데이고 싶습니다. 브런치는 오른쪽 정렬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나쁩니다. 나는 늘 왼쪽 정렬로 글을 썼습니다. 어느 시인은 프루스트를 말했습니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쓸 때 A4에 글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프루스트는 하녀에게 부탁해(과연 부탁했을까요? 명령했을까요?) 종이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길게 잘라오라고도 하고, 메모를 원고 왼편에도 붙이고 위에도 붙이고 무튼 각양각색으로 붙였다고 합니다. 원고는 도통 어디서 시작해 읽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난해한 구조였다고 합니다. 진짜인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냥 그럴듯한 이야기입니다. 가운데 정렬인데 가운데는 마지막 줄만 정렬되는데 가운데라고 티가 나지 않는 곳은 가운데입니까?


프루스트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프랑스 사람이니까 프랑스 이야기를 해봅니다. 이게 누구 작품이었는지 아는 척을 하고 싶은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중요합니다. 초등학생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그림 앞에 앉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미술관은 시끄럽습니다. 모두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불평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나는 불어를 거의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평하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 기억났습니다. 르누아르입니다. 이 그림은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입니다. 르누아르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출처를 자세히 적지 않는 사진은 나의 사진이고 저작권은 분명히 나에게 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보다 교양 있습니까?


"왼 볼에 밥풀이 붙었어."

나는 왼쪽 볼을 닦습니다.

"아니 거기 말고, 왼쪽."

나는 반대편을 닦습니다.

"이따 배고플 때 먹으려고!"

사실 배고플 때는 카페 콘-레체를 마십니다. 어느 카페를 가도 커피는 오백 원쯤입니다. 스페인 커피는 맛이 없습니다. 죽음입니다. 커피는 이탈리아가 제일 맛있습니다. 하지만 비-노, 와인이 맛있습니다. 와인이 물처럼 싼 것 같으니까 괜찮습니다. 순례자라면 조금은 허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올바른 글쓰기 방식입니까? 바른 글쓰기 방식이 있습니까? 프루스트의 작품은 좋은 작품입니까? 그의 초고는 편집자에게 좋은 작품이었습니까? 좋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입니까? 무언가를 좋다고 말하면 다른 것은 나빠집니까? 사진 속의 아이들은 미술관에서 떠들고 있으니 나쁩니까? 썸네일은 책일까요, 아닐까요. 썸네일은 좋은 책일까요? 좋은 그림일까요? 썸네일은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지만 100번째 연재가 끝날 때 말할 계획입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브런치에 오른쪽 정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연재는 여행기의 껍데기를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행기가 아닙니다. 이 연재는 어디서 읽어도 말이 되는 구조로 작성될 계획입니다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주둥이를 처 맞기 전까지는. - 타이슨"

이 말은 실제로 타이슨이 했을까요?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출처를 적으려고 했는데 #BRQuoteDuJour

라고 합니다. 잘 모르겠으니까 해시태그만 달아둡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자소서를 쓰다 말고 연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연재는 100편이 끝나면 종료됩니다. 취업을 하더라도 연재는 매주 계속할 계획입니다만 현실이 죽빵을 치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냥 처 맞아야 합니다. 이것은 2회 차 연재입니까? 프롤로그입니까? 이 물음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글은 위에서 아래로 읽어야 합니까? 아래에서 위로 읽는 글은 없습니까? 놀랍게도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들은 이미 몇십 년 전에 놀라운 실험을 했습니다. 울리포(OuLiPo) 그룹이라고 부릅니다. 글자 색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조르주 페렉이 있습니다.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면 됩니다. 사실 나는 여전히 잠재 문학 실험실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릅니다. 다만 의식에 흐름에 따라 글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궁금하면 찾아보세요. 근데 중요한 건 전부 다 프랑스 사람들이 해먹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에게는 무언가 완벽한 계획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이크 타이슨이 틀린 걸까요? 뭔가 버튼을 잘못 눌렀는데 점이 생겼습니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냥 남겨두기로 합니다.


이 점은 구멍이 아닙니다. 가운데 정렬이 듣지 않으니 남겨두기로 합니다.


산티아고 프랑스길은 하루를 제외하면 죄다 스페인에서 걷는데 프랑스 길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남부 국경마을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30km 정도 오르막을 걷습니다. 시작부터 웰컴-투-헬입니다. 토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2월의 발카를로스 루트는 매우 춥습니다. 산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에는 내가 있을까요? 위 사람 중 한국인은 몇 명일 까요? 이것은 중요한 물음입니다. 진심입니다. 도장 300개.


순례길에는 노란 화살표가 있습니다. 노란 화살표는 매우 괴상한 방향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교차로에서 직진을 하라는 건지 좌회전을 하라는 건지 애매모호합니다. 그럴 때는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구글 지도가 있습니다. 현지 유심이 있다면 괜찮습니다. 갓-구글을 외쳐봅니다. 위 사람들은 갓-구글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고 저기는 화살표가 없거든요.


사진의 길은 왼쪽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사진 속은 몇 시일까요? 저기는 프랑스일까요? 스페인일까요? 유럽의 나라들은 국경검문소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국경선에 놓인 다리 위에 서있으면 우리는 프랑스-스페인을 모두 밟고 있는 셈입니다. 다리 위는 어디까지가 프랑스고 어디까지가 스페인입니까?


그 위에서 잠을 자면 프 랑 스 페 인에서 자는 셈입니까?


놀랍게도 북극점과 남극점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많은 탐험가들이 그 위에 서서 인증샷을 찍습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그들은 정말로 올바른 위치에 있습니까? GPS의 한 점이 북극점이라면 우리는 그 위에 설 수 있습니까? 그 점은 얼마나 작습니까? 또 탐험가에게는 얼마나 크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누군가 해결해줄 것이므로 백수가 할 일은 아닙니다.


여기가 글의 마지막입니까? 이 글은 어디서부터 읽어야 합니까? 어딘가에 밑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밑줄은 없는 것으로 합니다.


나는 저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럼 나는 사진 속에 있는 셈입니까?

저 사진의 왼쪽은 어디입니까?

나는 오른손으로 사진을 찍었을까요?

그렇다면 나의 오른손은 어디입니까?


줄 바꿈을 계속하면 굉장히 무언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없는 셈입니다. 이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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