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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Jan 10. 2020

자신을 깎아내리는 건 안되지만 ‘나대’서도 안되죠

참 겸손은 균형을 맞추는 작업

한국사람들이 중요시 여기는 덕목이기 때문에 일찍이 배우는 단어 중의 하나가 또한 modesty‘겸손’이다..

modest, moderate > humble = mediocre


modest, 눈에  띄지 않는, 적당한  평범함으로 많이 쓰인다. 낮춤이 아니라 대략 average 평균에 속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성품뿐 아니라, ‘너무’ 많지 않은 양이나 ‘너무’ 화려하지 않은 의복 같은 것을 묘사하는 데도 쓰인다.

humble은 누추한, 조촐한, 이란 뜻으로 약간 더 낮춘다고 보면 된다.

 


주의할 것은, modest 그럭저럭 보통 된다,  ‘괜찮다는 말인데 반해,

mediocre도 사전적인 뜻은 평범하다는 거지만 ‘그저 그런’, ‘  아닌, 보통이라는 것,

미국에 와서 얼마 안 되어 이 단어를 배우고는, 수업시간에 내 삶이 평범하다는 뜻으로 mediocre이라고 했더니, 선생이 당황하며, 오 그럴 리가! 하고 극구 반대하던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똑같은 평범이라도 중상이 있고 중하가 있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말은 사실 그 말 뜻만큼이나 어정쩡한 말이기도 하다.

경쟁이 심하고 조금만 기준에 못 미쳐도 뒤쳐지기 쉬운 한국 사회에서, 평범하다는 것은 때로는 주로 범죄자들의 뜬금없는 미덕으로도 쓰이고, (평범한 가장, '무시한다' 욱해서 흉기 휘둘러) 혹은 누가 봐도 선택된 그룹에 속하는 사람을 대충 나머지 그룹에 섞어 넣으려는 의도로도 (-재벌 총수 장남-아무개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겸손하다는 것은, 자기를 필요 이상으로 ‘깎아내리는  아니라 눈에 너무 띄지 않도록 평범한 수준에 두는 것을 말하는 것일게다,

과거에는 괜히 남들 앞에서 자기나 자기 자식들을 미리 깎아내리는 것이 미덕이었는데 요즘에는 너무 자기를 지레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한국인들도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겸손이 지나쳐 submissive, subservient 이를테면 '기는' 것이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상대방도 덩달아 우습게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평범한 수준에 둔다', 는 것을 주목해주기 바란다.


가령, 최근에 디카프리오가, 자기도 인셉션 내용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고 하는 것이 우스운 얘기로 도는 짤을 봤는데, 바로 이게 서양인 스타일의 겸양이다. 물론 실제로 그가 몰랐을 수도 있지만, 많은 배우들이 그런 질문을 받으면 캐릭터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알거나 말거나 깊은 의미가 숨어있는 양 설명하려 들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찍으면서 인사이드 인포메이션이라도 있었을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말하자면, ‘민간인’인 척하는 것이다. 너와 나는 비슷해, 뭐. 이런 태도. 너보다 밑이라는 것이 아니라 같다는 정도로 맞춰주는 것이 참 겸손이다.

그래서 요즘에, 서양에서는 칭찬을 들으면 쿨하게 '땡큐'로 받으라는 게 정석이고, 자랑할 일이 있으면 자랑을 해야 한다고 알려지는 것을 오해해서 무조건 심하게 flaunt’ 나대는’ 것에 조금 우려가 있다. (자랑에 대한 단어는 다음 회에 따로)


자기를 낮추는 것에도 분명 그런 행동이 진화된 이유, 그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집고 넘어가고 싶다.


첫째는, 내가 나를, 우리 아이를, 내 학생을 혼자 칭찬하고 자랑하고 높이 칭송하는 것보다는 살짝 낮춤으로서 ‘남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인생 밀땅도 아니고 좀 우습지만, 칭찬을 들으려면 남에게 듣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그게 아니면 각자 자기 등 두드려가며 살면 되지 왜 남의 인정을 받으려 하겠는가. 물론 너무 심하게 berate비하를 해서는 안되지만 칭찬하는 분위기가 되면 자신은 거기서 빠지는 게 칭찬에 더 영양가가 있긴 하다.


둘째는, 안타깝지만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해서, 누구든 자기를 높이는 걸 보면 내려버리고 싶은 게 본능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다 그렇듯이, 서양인들도 나대는 것은 싫어한다!

할리우드에서 상을 받아도 누가 '그러게 내가 좀 연기를 잘하죠'라고 하는 거 봤는가.

뭐든 분명하게 기준이 있어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거니와, 뭔가 업적이 확실하게 뛰어나다 하더라도 공을 나눌 줄 알고, 먼저 떠들기보다 남들이 얘기하게 기다릴 줄 아는 것은 분명 덕목이다.


미국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가령 '너 옷 예쁘다'하고 말하면 뭐 '아이고 거지 같은 걸요' 이럴 필요는 없지만, 고맙다는 인사에 '너도!'라든가 '아 이거 오래된 거 오랜만에 꺼내 입고 나왔는데 다행이네' 이런 말을 덧붙여 '겸손'하게 구는 게 적절하다.

만나기만 하면 자랑질하는 사람은 미국인들도 싫어하고, 미국인들도 질투도 할 줄 안다.(!) 아기 칭찬 정도면 모르지만 뭐든 칭찬에 그냥 땡큐! 하고 끝내버리면 어머 진짠 줄 아나 봐 하는 사람도 존재하고 말이다.

칭찬은 필요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먼저 손 내밀어하는 '덕담'이기 때문에, 그걸 받는 태도도 예를 갖추는 게 좋다.

그러니까,


> I heard you got a XX prize. Congraturations! 상 받았다면서? 축하해.

<Thank you. I got lucky, I guess. 고마워. 운이 좋았지 싶네.


> I heard your promotion. 너 승진 소식 들리더라.

<Thanks to you. 다 니 덕분이지. (not ‘thank you’)


축하받고 칭찬받을 일이 있으면(!)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을 몇 개 준비해 두는 게 좋다.

최근에 만난 마케팅 교수 말에 의하면 모든 것은 practice practice practice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하는 거라고 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부디, 사람들이 질투할까 봐 염려될 정도로 자랑하고 싶지만 참아야 할 것도 인생에 많으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반대로 아무나 만날 때마다 언제나 empty praise 빈 칭찬을 쏟아낼 필요는 없겠지만, 남이 축하받을 만한 성취를 했으면 prompt '제 때, 제대로, 적절하게', 축하하는 것도 겸손의 하나다.

그렇지 않으면 sore loser이 된다. 져서, 질투 나서 입맛이 쓴 게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얘기 나온 김에 다음에는 자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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