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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May 31. 2024

오늘과 잘 이별하고 내일과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10개월 아기와 함께 산다는 건..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다. 그래도 우리 집은 그나마 베이비룸이 있어서 여유가 있을 때도 있지만.. 꺼내달라고 계속 울면서 나를 바라보는 은율이를 가서 안아서 꺼내주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아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좁은 집안을 하루에도 수십 번 왔다 갔다 한다. 어쩜 그리 재빠른지 눈 깜짝할 새에 멀어져 있는 아이를 보면 내 품 안에 있던 아기가 언제 저렇게 컸나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장난감보다는 꼭 엄마의 등을 타고 놀려고 하는 아이.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꺼이 아이에게 등을 내어주고, 내 머리칼을 뜯겨주고, 조그만 발에 밟혀주었다. 이렇게 치댈 날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면 지겨움보다는 그리움으로 아이를 대하게 된다.


 요즘은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먹이고 좀 놀아주다가 두 번의 낮잠이 지나고 나면 밤이 찾아온다. 매일 비슷한 날들이어서인지 요일의 구분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나 혼자 산다 선공개가 올라오는 걸 보며 아 오늘이 금요일이구나 한다.


 이런 게 엄마의 삶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엄마는 당연히 이래야지 엄마라면 해야지 했던 막연한 생각들이 이제 나에겐 현실이 되었다. 엄마의 삶에 대해 어렴풋이 상상해 본 적은 있지만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이 커다란 책임감, 막연함, 감사함 등에 대해서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잘 보냈다. 아이가 혼자서 놀아준 덕분에 당근라페도 만들었고, 샐러드 파스타도 해 먹었다. 신생아 때를 생각하면 이런 여유를 갖는 나 자신의 삶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때와 지금의 마음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과 잘 이별하고 내일과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이것만이 소박한 나의 바람이다. 앞으로의 날들도 은율이와 하루하루 무탈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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