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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띠 Jul 19. 2023

엄마는 종종 나를 차단해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행을 가기로 해놓고 엄마가 전화를 안 받는다. 어쩐지 전화가 뚝뚝 끊겨서 카톡으로 물어봤다. 엄마는 바빠서 카톡도 잘 못 보는데 "차단했나봐"라고 답이 왔다. 그런데 어쩌다 차단했는지는 모르고, 어떻게 푸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가기 당장 며칠 전, 이렇게 중요한 타이밍에 나를 차단하다니. 그것도 월요일에 만나서 "금요일에 여행 가자"라고 정했는데! 휴대폰을 잘 못 만지는 엄마라 '그럴 수 있지' 하면서도 어이없어서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문득 2년 전 노원역에 내렸을 때 갑작스레 전화를 한 엄마가 "현지야 엄마 인터넷 배울래!" 라고 이야기한게 생각났다. 50대 후반인 엄마가 아이처럼 순수하게 들뜬 마음으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게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난 그렇게 친절한 선생님은 아니라.

엄마는 여러번 설명해줘도 항상 매번 까먹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다. 가끔 투닥투닥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마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 쉽게 잊는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은 사실은 아니지만, 분명 엄마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여행에서 말했다. "우리딸도 이제 나이들었네" 그 말을 듣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해야 하는 사실, 우리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으니까.


시간이 흘러가기를 안타까워하기보다 더 충만히 보낼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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