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스타트업 HR이 정의하는 HR의 목적과, 영역
우연한 계기로 스타트업에서 HR을 시작하여, 약 3년의 시간 동안 HR에 몸담고 있습니다.
저를 소개하는 많은 자리에서 HR을 한다고 하면, 이런 얘기들을 종종 듣습니다.
“거기 뭐 사달라고 하면 거절하는데잖아요, 미워”
“거기 돈 주는 곳이잖아요, 무셔"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발(엔진 개발자일 수도 있음)일을 한다는 사람에게 “거기 홈페이지 만드는데 잖아요"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게 개발자의 영역이 아닌 경우도 많고, 나의 역할이 얘기한 홈페이지 개발과는 멀 수도 있죠.
HR도 유사합니다. 회사의 종류, 규모에 따라 HR의 영역을 다르게 보고 있고, 개인이 하는 일들은 그 영역 안에서 또 세분화 됩니다. 그럼, 우리 회사에서 HR은 어떻게 정의해야하는걸까?(혹은 되어 있는걸까)하는 의문이 생기신다면, 이 글을 읽어보실 것을 권장드립니다.
이 글에선 전반적인 HR의 목적부터, HR이 커버할 수 있는 일의 영역, 이를 세분화하는 방법 등에 대해 정리해두었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스타트업과, 몇 가지 대비되는 기업들의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해선 먼저, HR이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해야합니다. 이 것이 앞으로 설명하게 될 모든 영역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HR을 포함한 모든 조직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 존재합니다.
아래는 구글의 목표입니다. 구글에서 개발 조직은 이걸 가능하게 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존재하며,
연구 조직은 이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두가 편리 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HR역시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HR’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이 HR이라는 것의 영역이 제품이나 연구만큼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를 별도로 정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HR의 목적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촉진시키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환경이란 물리적 환경을 포함한 문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근태, 공유등의 시스템을 만들고, 회사의 성장에 불필요한 문화를 없애고, 새로운 문화를 명문화하여 공유하는 등 모든 것이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다음과 같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영역은 50명 규모의 스타트업에 해당되는 기준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 영역은 회사에 따라 더 세분화할 수 있으며 회사의 성격에 따라 급여 및 보상, 평가 등을 묶어서 “노사 관계"와 같은 것으로 합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역들은 또, 기획과 실행으로 구분됩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에서 이렇게 기획과 실행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는데요. 급여 및 보상 시스템을 기획하는 곳과 실제 급여를 지급하고, 보상을 집행하는 곳들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 수록 하나의 영역에서도 들어가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 영역들이 세분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설명하기 쉽게 제가 재직중인 스타트업의 경우를 설명드리자면, 스타트업은 이를 실행, 기획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아래의 영역 중 많은 부분의 기획과 실행을 HR 이름으로 묶인 하나의 팀(이라 쓰고 한 명이라고 읽는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한 명이(대표님이 단독으로 하시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혹은 한 팀이 모든 영역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토스에서 채용중인 역할을 기준으로 임의로 분류해본 내용입니다. 실행에 대해선 명확하게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기획에 대한 내용만 많이 추가해두었습니다. 현재 채용 중인 역할만을 작성한 것임에도 굉장히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안에서도 조직 전반의 계획, 팀별 계획 등 조직의 레이어를 기준으로 HR Planning / HRBP로 나눠지기도 하는 등 위의 표보다 훨씬 세분화되어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한 영역에 들어가는 시간, 전문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세분화하여 운영하게 됩니다.
스타트업과 토스를 비교했을 때, HR이 하는 일의 영역은 비슷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이 하는 일은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40명의 평가를 기획하는 것과,
800명의 평가를 기획하는데는 고려해야하는 문제의 수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이렇게 조직의 규모를 포함한 특성에 따라 이 구분이 매우 달라질 수 있기에, 모든 영역의 정의와 구성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현재 커버하고 있는 일을 그려보는 것 자체는 더 집중해야할 영역, 사람이 필요한 영역이 선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표를 그려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치만.. 저 역시도.. 이렇게 정리해도 누군가 “HR을 하신다고요? 어떤 일을 하시는건가요?”라고 물어본다면,
대답이 쉽지 않습니다. “회사의 목표 달성을 촉진시키기 위한 환경을 구축해요" 라고 하면 10중 8,9는
“어떤 환경을 구축하시는데요?”라고 물어봅니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커피 한 잔 사주시겠어요?
(홀짝) 저도 조만간 이 얘기를 짧게 줄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엔 이런 영역별로 문제를 인식, 진단하여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조만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