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줄 무엇을 찾아보기
스웨덴 교환학생 시절 때 만나 어느덧 10년 지기가 된 친구가 있다. 타이트한 일정 안에서 랜드마크에 발자취를 찍는 것보다 아침 9시쯤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롭게 동네를 산책하고, 걷다가 마주한 조용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여행 스타일, 음식 취향 등에서 '어? 너도? 어! 나도!'를 자아내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친구 덕분에 회사 생활에서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 시점에는 한 번 털고 가야겠다'라고 생각이 들 때 찾아갈 식당도 착실히 쌓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최근에 이 친구와 만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쯤 되면 우리 (영혼을 달래러) 곱창 한 번 먹으러 가줘야겠는데?"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친구는 "그럼 우리 이번에는 오랜만에 곱창전골 먹으러 가면 어때? 나 진짜 맛있는 곱창전골집을 발견했어!"라고 제안했다. 말해 무엇하나, 당연히 콜이지.
곱창전골 뿌시기 D-1에 우리는 카톡으로 만날 시간을 정했고 일정 셋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갈 즈음, 늘 그래왔듯 오늘 하루도 잘 지냈느냐는 말로 서로의 안위를 물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냈다는 친구의 답변. '굳굳 좋구먼! 그럼 우리 내일 만날 때까지 무탈히 잘 지내고 있자!'라고 답장을 보내려던 찰나, 이어서 온 카톡은 타이핑을 준비하던 나의 손을 잠시금 멈추었다.
응응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
그리고 내일도 너랑 만나 맛난 곱창전골 먹어서 더 행복할 거야!
누군가는 그저 평범한 끝인사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 또는 대비'라는 미명 하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상황, 또는 설령 오더라도 큰 타격이 없거나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앞서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종종 받는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너와 함께 먹을 예정이라 내일도 틀림없이 행복할 거야'라는 친구의 말은 잠시 잊고 있던 나와의 약속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도 아마 잘 알고 계실 것 같다.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불안과 걱정에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이 너무 아깝다는 것을. 하지만 바쁘고 치열한 일상을 살다 보면 마음으로 다짐했던 그 약속을 잠시 잊고, 또다시 걱정과 스트레스를 당겨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괜찮다. 친구와의 카톡에서 잊었던 나와의 약속을 떠올렸던 것처럼 평범한 듯 보이는 어느 순간, 상황, 사물, 사람을 통해 다시금 또 떠올리면 되니.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글을 쓰는 이 시간 덕분에 행복한 오늘. 리뷰에서 극찬을 받은 바질 라멘과 시원한 써머스비를 먹을 점심이 예정되어 있어 내일도 또 행복할 예정이다.(끝에 왠지 완전 럭키비키잖아!를 붙여야 할 것 같기도..?)
불확실한 불안과 걱정 대신, 크지 않더라도 오늘 하루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줄 '무엇'을 찾아 집중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