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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May 22. 2024

글을 시작하는 밤

아마도 외로워서

1

문장을 쓰고 나서는 그 문장을 설명하려고 칫거리다가 글을 결국 쓰는 경우가 잦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든 이해시키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다가 못하겠다, 포기하는 식이다.

오늘은 그런 노력은 접어둬야지.

더 도망갈 데도 없고.

두서없는 글에 도전.

(계획대로 되고 있어!)




2

영화를 봤다. 제목은 '몬스터 콜'.

아이와 암투병을 하는 엄마, 몬스터가 나온다. 엄마는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는 게 너무 미안하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시도하지만 병은 깊어져만 가고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도 고통스럽다. 이 우울한 풍경 속으로 몬스터가 들어온다. 몬스터는 거칠게 아이를 다그치고 몰아붙인다. 네 이야기를 하라고. 매일 밤 꾸는 악몽을 실토하라고.


아이는 벼랑 끝에 매달린 엄마의 손을 잡고 있다. 어떻게든 엄마를 끌어올리고 싶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엄마는 저 아래로...


아픈 엄마를 구하지 못하는 아이의 무력감이 만들어낸 악몽일까? 아니.

아이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엄마가 낫지 못할 걸 알고 있다고. 이 시간을 견디고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롭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을 품게 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누가 자신을 벌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몬스터는 마녀를 죽이지 않았던 것처럼 아이를 벌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네(내)가 바라는 건 엄마가 죽지 않는 거라고.

사랑하는 엄마가 곧 죽을 걸 아는 고통과

엄마가 죽는 건 내가 손을 놓았기 때문이라는 죄책감,

그 이중의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었던 아이는 몬스터와 함께 벽을 부수고 나온다. 엄마에게 가야 하니까.




3

왜 영화 속 아이에게서 내가 보였을까.


아이들을 우선에 두고 수많은 선택을 하고 사는데도

나는 나쁜 엄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삶을 수없이  꿈꾸니까. 너희 때문에 내 인생은 망했다고 수없이 생각했으니까.


그럼 내가 아이들 얼굴을 마주하고

"꺼져버려!"

하고 소리쳐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나는 가증스럽게도

"사랑해."

라고 말하는 거지?


이런 이중의 진심도 가능하다.

가족은 그런 거지.

(오, 미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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