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를 위한 행동경제학 1
UX를 위한 행동경제학 1: 체험 마케팅이 진짜 노리는 것
UX를 위한 행동경제학 2: 앱 푸시 마케팅에 행동경제학 더하기
현재 팀에서 '3일 무료체험'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실험하게 된 맥락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상용화된 분야의 서비스가 아닌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심리서비스이기 때문에, 유저에게 서비스를 설득하려면 먼저 경험을 해볼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나?라는 것이었다.
사실 결과로 보면 그렇게 성공적인 마케팅을 실현했다고는 할 수 없다. 결제 전환율은 한자리 수를 보였고, 기존의 퍼널의 전환율보다 확실히 떨어진 결과를 가져왔다. 그 원인을 스스로 생각해본다면, 3일 무료체험으로 어떤 매력을 보여주어 설득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경험을 주어서 유저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는지 제대로 설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무료체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시도해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이를 행동경제학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례를 분석하기 전, '체험 마케팅'이 노려야 하는 것은 무엇 일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먼저 행동경제학의 몇 가지 이론을 알아보았다.
보유효과란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한 번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이를 계속 보유하고 싶어 하고, 본래에 자신의 것이 아니더라도 이것을 뺏기거나 돌려주게 될 때 아쉬움,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심리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과 현상에는 행동 후회와 무 행동 후회, 현상 유지효과, 규범 이론, 전환비용이 있다.
행동후회란 어떤 일을 해서 생긴 부정적인 결과에 따른 후회이고, 무행동후회란 어떤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긴 부정적인 결과에 따른 후회이다. 예를 들어 a를 선택하면 만 원을 잃게 되고, b를 선택하면 50%의 확률로 1,000만 원을 받게 되거나 혹은 10만 원을 잃게 된다고 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그랬을 때, b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만 원을 잃게 되거나, b를 선택해서 10만 원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때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만 원의 손해에 따른 후회가 무행동후회, b를 선택해서 10만 원을 잃게 되었을 때 생기는 후회가 행동후회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대체로 행동 후회에 더 많은 후회를 느낀다.
현상 유지 효과란 의사 결정을 할 때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현재 혹은 이전의 결정을 유지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존의 것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더 크며, 되도록이면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심리를 보인다. 이에 해당하는 예시로 마케팅 약관 동의를 들 수 있다. 회원 가입 시 이메일 수신에 대한 마케팅 동의를 얻을 때 미리 체크되어있는지, 스스로 체크를 해야 하는지에 따라 마케팅 동의를 한 유저의 수는 차이를 보인다. 미리 체크를 해둔다면 이를 굳이 바꾸려고 하기보다 그대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저가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미리 원하는 것으로 설정을 해두어 변경하려고 하는 노력을 더 들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규범이론은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용이하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규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며, 전환비용은 새로운 제품으로 변경할 때 지불하는 비용으로 경제적, 심리적 비용이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경제적인 비용이 드는 것 외에 심리적 비용 또한 생기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 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론의 배경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체험 마케팅이 진짜 노려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체험 마케팅은 유저가 새로운 제품에 쉽게 접근하게 장벽을 낮춰주며, 미리 제품에 대해 경험을 해보게 해주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 전략은 유저에게 경제적 비용 없이 새로운 제품을 마치 무료로 사용하여 이득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당장 결정하지 않게 하여 심리적인 부담을 낮춰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러한 체험 마케팅은 이미 유저가 한 번 사용해보고 결정을 하게 하기 때문에 체험하는 동안 결정을 내릴만한 경험을 주지 못한다면 유저를 전환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체험 마케팅 전략이 목표로 하는 것을 행동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한 번 제품을 가지게 하여 애착을 만드는 보유효과를 일으키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무료로 쉽게 제품을 가지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면 이는 잠시 동안 본인이 소유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것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애착을 가지게 되고, 원래대로 사용의 기한이 끝나는 것을 본인이 애착을 가진 제품을 빼앗기거나, 권한을 박탈당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이런 심리를 마케팅에 적용한다면 유저가 무료로 제품을 체험하는 동안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애착을 크게 상기시켜야 하며, 체험하는 동안 애착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장치를 만들고 그러한 애착의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체험 기간이 끝나 돌려주어야 할 때 그동안 누릴 수 있는 혜택과 경험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여 상실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현재 팀에서 진행한 체험 마케팅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유저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애착을 가질만한 요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고, 무료의 기회가 끝났을 때 느낄 아쉬움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심리를 잘 이용하여 3일 동안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잘 설계하고, 그 기한이 끝났을 때 더 이상 본인이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아쉬움을 주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선택을 하는 데 있어 현상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도 체험 마케팅을 설계하는데 이용해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현재 팀에서는 3일 무료체험이 끝나면 이어서 서비스를 이용할지, 아니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을 오로지 유저에게 그 선택을 맡긴다. 하지만 기존의 현상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다면, 체험 후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는 것을 디폴트로 설정하여 택을 변경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드는 심리적인 부담을 이용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해서 체험 마케팅 이후의 전환율과 리텐션의 측면에서 어떠한 유저의 심리를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매몰비용 효과를 적용해볼 수 있다.
매몰 비용 효과란 시간, 돈 또는 노력을 투자한 후 과거의 의사결정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이에 관련하여 유저가 지불한 비용과 그에 따른 혜택의 시점을 커플링과 디커플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커플링은 비용을 지불한 뒤 혜택과 심리적인 연결고리가 강하게 만들어지는 상태를 말하며, 디커플링은 결제를 한 시점과 소비를 하는 시점 간의 시간적 거리가 멀어져 비용과 혜택이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초기 투자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유저는 자기 합리화의 욕구,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 낭비를 회피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 본인의 선택에 대해 더 현명한 선택이었고 믿으려 하며, 이런 욕구들이 심리적 기제들로 활성화되어 실천으로 옮기려는 개인의 의지를 강화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유저는 힘들고 어려운 관문을 통해 만족도와 조직의 애정을 깊이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서 작가로 등록하기 위해 글을 써서 심사를 받고 합격해야 하는 관문을 만드는 것, 그리고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라는 매칭 앱에서 본인의 얼굴을 찍고 이에 대해 평가받아 특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소속감과 소속에 대한 자부심, 애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손실을 상기시키는 방법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신규 고객을 만드는 것보다 더 쉽다는 말이 있다. 유입된 유저는 이탈을 할 때 심리적인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때 이탈하는데 드는 손실을 상기시켜 아쉬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위의 매몰비용 극대화 방법을 이용한다면, 유저가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린 후 이 선택을 한 것 대해 현명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본인이 어떠한 소속감과 애정을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탈하게 되면 어떤 아쉬움이 따라오는지를 강조하여 유저를 지속적으로 서비스에 애착을 가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보유효과에 더해 매몰비용효과를 잘 적용하는 것은 서비스를 체험하는 동안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체험하는 동안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구입에 대해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이를 이탈하게 될 시 어떠한 아쉬움이 따르게 되는지 상기시켜주는 것을 잘 설계했느냐에 달렸다.
심리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유저의 선택을 만드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저의 심리적 요인은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작용을 하며, 그 선택을 돕고 서비스에 대한 애착을 높이는데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발전시키며 행동경제학적 요소를 잘 이용한다면 더욱더 효과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