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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 Jun 22. 2019

계단 아래 이들에 대한 뒷담화

봉준호 감독 <기생충> 뒷북 촌평

* 저는 스포일러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의 선을 넘은 이선균은 숨통이 끊긴다. 순간, 끌로드 샤브롤의 <의식>이 떠올랐다. <기생충>이 그 예의와 살의의 선을 '냄새'로 다뤘다면, <의식>에선 '글'이다. 문맹을 들킨 그녀는 위선적인 가족을 몰살한다. 이 살의의 지점이 비슷할 뿐, 전체를 보면 둘은 전혀 다른 영화다. <기생충>은 부루주아의 위선을 비판한 <의식>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다.


 '우리 그냥 여기서 계속 살게 해주세요'란 대사가 심장을 도려 낸다. 영화를 본 후, 세를 올리지 않아 수년을 살고 있는 내 누추한 방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한테도 그 냄새가 나는 건 아닌지 내 몸에 코를 박아 본다.


 <기생충>은 계단 위의 이들을 풍자하거나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내 잔상은, 계단 아래 사람에 대한 뒷담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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