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인 Apr 15. 2019

담양으로 떠나는 3木 3色 숲길 여행

활기 충전이 필요할 땐: 당일치기 담양 여행

 겨우내 쌓였던 삭막한 마음을 꽃이 몽글몽글 풀어 준다면, 나무는 몸속 가득 청량한 에너지를 채워 준다. 어느 곳으로 발길을 돌리든 오랜 세월을 견딘 나무가 든든히 기다리고 있는 곳, 담양. 땅속으로 꺼질 듯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담양으로 떠나 보자. 방구석도 나의 좋은 안식처이지만, 숲길에서의 활기 충전 역시 꽤 효과가 좋더이다.



여행 경로 Tip (서울 기준)


교통 A.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에 담양 직행 버스가 있다. 있지만, 첫차가 08시 10분. 3시간 30분 소요라는 걸 감안할 때, 내 기준에선 너무 늦게 도착한다. 나무는 오전부터 봐야 제맛인데, 죽녹원에 도착하면 이미 낮 시간인 거지. 도착 시간이 중요하다면 교통 B로, 편한 게 중요하다면 교통 A로.

 

교통 B.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광주광역시(유스퀘어)로 간 다음, 광주 터미널 앞에서 311번 농어촌 버스를 타고 죽녹원에 도착. 교통 A보다 시간은 더 걸리고 조금 더 귀찮지만 더 일찍 출발/도착할 수 있다.


돌아가는 교통

담양 터미널에서 서울 센트럴시티 직행이 단연 좋다. 막차가 17시에 끊기니, 주의.

(놓치면 광주로 돌아가야 한다. 나처럼 놓치지 마시길.)


여행 순서

대나무를 이른 시간에 보고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유유자적하게 걷는 게 좋다고 판단하여,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길' 순으로 여행했다.




1. 대나무 마니아의 천국, 담양 죽녹원


 

 죽녹원에는 자란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유목과 품성 좋아 보이게 자란 성목, 그리고 서로 다른 종류로 보이는 대나무들이 나름의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누가 누군지 몰라보게 똑같은 대나무만 쭉쭉 자라고 있는 곳이 아니어서, 죽녹원을 돌아보는 데에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대나무면 뭐가 뭔지도 모르고 마냥 좋아하는지라, 100% 같은 대나무였어도 좋아했을 테지만.


 대나무도 단연 좋았지만 대나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어찌나 좋던지. 눈 시린 것도 무시한 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대나무 숲 사이를 걸으며 바람이 불 때면,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숨소리를 낮췄다. 바람에 나부끼던 대나무 소리, 그 나부끼는 틈으로 들어와 흔들리던 빛줄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죽녹원은 그렇게, 내게 소리와 빛으로 남아있다.




구름 약간. 그날이 내겐 최적의 여행 날씨다. 구름이 조금 있어야 사진이 풍성하고 완전한 느낌이다.

자외선 영향도 덜 받을 테고.


의뭉스러운 듯, 비밀스러운 듯.



호랑이 나올 것 같은 비주얼.












2. 오랜 시간이 빚은 운치 있는 숲길, 관방제림



 관방제림은 오래된 나무가 늘어서 있는 숲 이름이다. 죽녹원 정문 맞은편에 있는 강을 왼쪽에 두고 쭈욱 가면 관방제림이다. 이 관방제림을 2km 정도 지나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나온다.

 역사가 깊은 데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관방제림은, 운치 있게 자란 나무가 가득하다. 대부분 활엽수인지라 늦가을 이후에 가면 잎이 없는 앙상한 나무가 대부분이지만, 그마저도 꽤 그럴듯한 위용이 느껴진다. 언제 가든 그 길을 걸을 가치가 충분하니, (메타세쿼이아 길을 먼저 가든 죽녹원을 먼저 가든) 관방제림을 통해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관방제림 시작 전, 죽녹원 맞은편에서 만난 나무.


 이 징검다리를 건너고 싶었지만 패스. 힐을 신은 탓에, 미끄러질까 봐 무서워서 몇 걸음 못 가 되돌아왔다.

저 맞은편 언저리에서 왼쪽 방면으로 직진하면 관방제림이다. 그곳을 2km 정도 지나면 메타세쿼이아 길.


 여기부터 관방제림.





11월에 갔던 여행이라 황량한 비주얼이지만 이마저도 운치가 느껴졌다. 잎이 무성한 계절에 가면 좋은 그늘이 되어줄 듯.





3. 사계절 다른 매력을 입는, 메타세쿼이아길



 '역시, 꽃보다 나무가 더 예뻐.'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같은 날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를 원 없이 보는 이 여행이, 달뜨도록 마음에 쏙 들었다. 이어폰도 꽂지 않고 이 길을 가만가만 즐겼다. 피식피식,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났다.  

 메타세쿼이아의 단풍은 늦게 든다. 빛을 받는 양 때문에 좌, 우 가로수 중 한쪽 나무는 초록을 뒤늦게서야 벗는다. 좌, 우 골고루 완연한 황갈색으로 변할 때를 벼르고 벼르다 갔던 여행은 성공이었다. 늦가을의 메타세쿼이아 컬러를 대량 개방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박타박 걷고 싶을 땐 고갯길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