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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Aug 20. 2024

복작복작 퇴근길 버스에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

화요일인데 얘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으시겠지만

저는 수목금토일 근무하고 월, 화를 쉽니다.

모두 월요병에 시달릴 때 저는 집에서 푹 쉬다가

이틀 늦게 수요병으로 고생합니다.


오랜만에 브런치 어플을 열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할 게 무척이나 많기 때문입니다.


자격증 시험 3개, 자소서 2개와 함께 살아가는 삶은 보람차지만 조금 바쁩니다.


하지만 이런 바쁜 와중에도 딴짓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습니다. 중간고사 앞두고 방청소하던 중, 고등학생 때와 달라진 게 없는 27살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기는 합니다… 2시간 뒤면 영어 스피킹 점수 갱신하러 가야 하거든요… 하지만 평소에 열심히 했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제 소소한 취미인 브런치 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원 버스를 타고 퇴근하다 문득

출퇴근 버스가 내가 살아온, 살고 있는, 살아갈 인생과 많은 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시답잖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서

좋은 학교를 가고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에 가서

괜찮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귀여운 아이 하나, 둘 낳는 걸

정상적인 인생의 짜임새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수를 했던 이유도 좋은(유명하고 취업이 잘 되는) 학교를 가기 위해서였고, 2년째 취업준비를 하는 이유도 (물론 꿈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괜찮다’고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결혼과 출산은 아직 먼 이야기 같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오후 여섯 시 반, 광화문의 퇴근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나의 노선을 쭉 따라가며 환승 정류장에서 한 무리가 내리면 또 다른 무리가 금세 올라탑니다.


닿기 싫어도 옆사람과 팔을 맞대며, 등을 맞대며

다양한 사람의 체취가 섞인 좁은 곳에서 힘겹게 지지대를 붙잡고 꼴사납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다리에 잔뜩 힘을 줍니다.


그렇게 30분쯤 타고 가면, 승객들이 많이 내리는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이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동시에

그래도 남은 30분은 좀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드는 순간입니다.


그러다 문득, 저보다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함께 도서관에서 아옹다옹하다가 어느샌가 훌쩍 사회인이 되어버린 친구들. 그들과 다르게 여전히 나의 궤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하다, 브런치에 굉장히 우울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마 버스 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 인생은 거의 망했다’라는 뉘앙스로 글을 썼는데


오늘은 잡념의 끝에 ‘그래도 버스 탈 수 있는 것만 해도 운이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리지 못해서 그렇지, 내가 타야 할 버스는 탄 것이니까요. 내리는 건 이제 온전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나만의 몫으로 남은 겁니다.


그러니까, 예전보다 이런저런 탓을 덜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어지럽혀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을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뿌듯하게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생각을 정리할 무렵


[이번 정류장은…]


제가 내릴 곳에 도착했습니다.

얼른 가방을 챙겨 하차벨을 누르고

미리 하차 카드를 찍습니다.


그렇게 버스의 계단을 서, 너개 내려와서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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