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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밋닛닞 Jan 26. 2020

(스포일러)김규평을 중심으로 보는 남산의 부장들 후기

영화는 영화로 봐야

영화 자체는 평범했다. 적당한 무게감으로 느와르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아무래도 다루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정치 성향 논란이 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논란은 미미할 것 같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인 만큼 별로 새로운 건 없었다.

김재규를 미화시킨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김규평은 '5.16은 혁명이다'라는 명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그 안의 인간'으로 그려졌다. 좌건 우건, 정치 감성팔이도 모호하기도 했다. 실제 평가들도 "누구누구 연기 쩐다" 이 말 말곤 눈길을 끄는 게 드물었다.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대통령의 총애를 둘러싼 치정극과 몰락" 이 정도였다. 영화적 재미 면에선 김규평의 도청 씬과 마지막의 카타르시스가 폭발하는 장면을 빼면 평범했다. 그럼에도 영화 속 김규평의 심리는 꽤 곱씹어 볼만 했다.


만약 박 통이 계속 김규평을 총애했다면 저렇게 사살당했을까 싶었다. 결국 김규평도 토사구팽 당할 처지에 놓여 있으니 '혁명의 배신자를 처단한다' 라며 자신의 생존욕망을 영웅적 행위로 포장시킨, 한 인간이었다.


김규평은 미국의 눈치, 총재 복직, 부마항쟁 진압에 관한 회의적인 입장 등을 내보냈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김규평이 박통을 사살케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진 못했다.

충성경쟁에서 곽 실장에게 밀려나고, 이아고라는 숨은 2인자의 존재를 감지하는 등 입지가 위태로운 와중에 박통이 자신을 실각시킬 것을 두 귀로 확인하니,

속 된 말로 '눈깔 홱 돌아간' 충동적인 면이 더 컸다.


영화가 끝나고 실제 전두환, 김재규 음성을 내보낸 이유는

너희들이 봤을 때 이 김규평은
전두환 말대로 충성경쟁에 밀려 대통령을 죽인 '악질'이냐
아니면,
김재규의 말대로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진 '투사'냐

라고 묻는 것에 가까웠다.


사실, 친구였던 곽 전 부장을 파쇄기에 갈았을 때부터 박통 사살은 영웅적 행위가 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순전히 살기 위한 고고투였다. 살기 위해 이 짓 저짓 다 했더니 토사구팽 당할 처지에 놓인 그런 처절한 인간이었다.

살고 싶었지만, 마땅히 살아남을 명분이 없어서 갈팡질팡하던 중

명분이 하나둘씩 쌓여가니
박통을 죽이는데 이른, 자기 합리화의 과정이었다.


역사 속의 김재규가 영웅일진 몰라도,
영화 속 김규평은 그냥 살고 싶어 했던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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