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뜻한 Mar 07. 2019

영화 <버드 박스>

보지 말아야 할 것들, 차마 보기 힘든 것들

* 일부 스포일러 포함 주의



 강을 건너는 여자.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탄 배에 힘차게 노를 젓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모두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말하지도 말고, '절대 안대를 벗지 말라'고 연신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그녀. 두 아이는 그녀의 자식들일까? 왜 그녀는 강을 건너야만 하는 걸까?




1. 넷플릭스 영화 vs 영화관 영화 ?


 영화 <옥자>가 넷플릭스에 출시돼 국내 대형 영화관 회사들과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보이콧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꽤 시간이 된 이야기다. 그때만 하더라도 넷플릭스가 뭔지도 몰랐고, 그저 '1달동안 무료체험하면 옥자도 볼 수 있다'는 것만 알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는 국내 드라마 시장도 넷플릭스를 무시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1달 무료 체험을 하기로 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무료체험한 1달을 넘어, 친구 아이디를 공유하며 2달째 넷플릭스 무료 체험 중이다.


 영화 <버드 박스>는 산드라 블록이 '엄마'로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이다. 넷플릭스 영화답게 박진감과 긴장감, 스릴이 넘친다. 주인공들이 모두 안대를 가려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도 모든 시청자들이 궁금증을 안고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문득 떠올랐다. 영화 <버드 박스>는 주인공들이 볼 수는 있지만, 무언가를 '보아서는 안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고,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다시 영화 <버드 박스>로 돌아오자. 러시아에서부터 사람들의 이상 집단 자살 현상이 시작된다. 기현상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어, 정말 인류의 '종말'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무언가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 그리고 나서 마치 귀신에 들리는 것처럼 모두가 이성을 잃고 자살에 이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어떤 이들은 안대 없이도 생활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 '아름다운 것'을 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멀쩡해 보이는 한 남자가 영화 중후반부에 나오는데, 알고보면 그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를 통해 영화는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만 보여준다. 남자는 자신이 본 것들을 스케치해 다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괴물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2. 보지 말아야 할 것들, 차마 보기 힘든 것들


 <어둠 속의 대화>라는 체험에 참여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이 암흑처럼 깜깜한 공간에서 인도하시는 분의 말씀에만 의지해서 길을 찾고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를 보는 것은 쉽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완전한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것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오로지 소리나 냄새만으로 시각을 대체해야 하는데 보이지 않으니 두 손과 발이 묶인 것만 같았다. 한 발자국 내딛는 것도 힘든 정도였다. 


 영화 주인공들은 밖을 나갈 때, <어둠 속의 대화>를 해야 한다. 집 안에 있을 때에는 그놈들의 위협이 없지만, 그렇다고 집 안도 안전 지대는 아니다. 창문을 통해서도 '그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볼 수 없다는 것'의 공포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서다. 산드라 블록은 친동생과 차를 같이 타고 가다가, 동생이 그놈들을 보고 자살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우연히 도움을 받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속에서, 생존을 위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 나처럼 남도 무서울 거란 생각에 외부인을 받아 주고 그때마다 공교롭게도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자, 더이상 외부인을 받지 말자는 갈등, 한정된 식량에 대한 갈등 등이 얽히고설킨다. 인간은 극한에 놓일 때 비로소 본성을 드러낸다. 산드라 블록은 임신하고 있었고, 올림피아도 임산부였다. 두 여자들은 같은 날 출산하게 되고, 집에 들인 남자가 집에 있는 창문을 걷어내자 올림피아는 그놈을 보게 되고, 산드라 블록은 남겨진 그녀의 딸도 함께 키우게 된다.


 2시간여 되는 이 영화는 그런대로 긴장감 있고 스릴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건 영화가 설득력이 부족한 탓이다. 영화에서는 정확히 '그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어떤 사람들은 안대를 가리지 않고 그놈들을 볼 수 있는지(영화에서는 그 사람들이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거나 전과자라는 단서만을 제공한다)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 또한 새들은 왜 그놈들의 습격에서도 살아남았는지(새들이 어떤 의미라도 있는 건지), 왜 마지막에 산드라 블록과 아이들이 도착한 그곳에는 새들이 많았는지 등의 이유 설명이 불친절하다. 영화 마지막에 가서 산드라 블록과 아이들이 급류를 거쳐 무사히 살아남은 것에 시청자는 안도감을 느끼겠지만, 그녀의 산부인과 선생님은 어떻게 그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유 제시가 전혀 없다. 도착한 그곳은 단지 이상향으로만 묘사되어 있을 뿐, 어떻게 그들이 그곳에서 자급자족하고 있는지 등의 설명은 없다. 그저 그곳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라는 것에 아! 그랬구나하고 무릎을 칠 뿐이다. 물론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영화라서 시시콜콜한 설명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제목이 <버드 박스>라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부분에 대한 설명은 좀 더 친절하게 해 주었으면 좋지 아니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의 이전글 '달과 육펜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