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지!"
-안녕하세요. 헐툰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11년차 초등교사 이병용이라고 합니다. Heart+Toon으로 마음으로 그린다는 뜻의 헐툰쌤을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는 참쌤스쿨과 학교가자닷컴에서 전국의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고 교육 자료를 나누고 있습니다.
-헐툰쌤 인스타그램 바이오에 MBTI가 써있던데, ENFJ시더라고요. ENFJ은 교직생활에 어떤 강점이 있을까요?
MBTI를 맹신하진 않지만, 재미로 성향을 써놨어요. ENFJ가 흔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적다고 그래요. 모든 선생님들께서 자기 성향을 가지고 최대치의 노력을 하시겠죠? 엔프제는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요. 아니나 다를까 저도 뛰어난 공감 능력의 도움을 받아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찾아봤더니 ENFJ가 ‘정의로운 사회운동가’유형인데, 추천 직업에 교사가 있더라고요. MBTI 성향에 꼭 맞는 직업을 가지고 계시네요!
-헐툰쌤 인스타그램을 오랫동안 구독해 왔는데요. 다른 플랫폼에서도 활동을 하시나요?
인스타그램으로 교육자료나 헐툰을 공유하고, 카카오 브런치에서 글을 연재하고 있고, 디지털 드로잉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유튜브에 영상을 종종 올리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플랫폼을 이용하시는데 여유가 있으세요?
선생님들 각자 취미 생활이 있으시잖아요. 저는 그냥 퇴근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취미에요. 시간을 만들어서 한다기보다는 저한테는
티비를 보는 거랑 비슷한 활동인 것 같아요.
-그럼 선생님께 기록이란 ‘하루의 마무리’인가요?
맞아요. 일상에 무언가 하나를 남겨두는 거죠. 흘러가는 시간 속에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살아온 순간에 좌표를 남겨두는 느낌입니다.
-이쯤되니 헐툰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정선생님도 공감하시겠지만, 교사는 번아웃이 정말 많은 직업이죠. 수업하고, 학생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학부모님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리고 업무를 해내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잖아요. 저는 모든 것들을 놓치기 싫어서 나름대로 많은 시간 노력을 했거든요? 그런 탓에 번아웃을 여러번 겪었어요. 그래서 운동도 해보고 이것저것 취미활동도 해봤는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어요. 창작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일단 디지털 기기를 샀고, 글과 그림을 그리면서 저만의 몰입의 시간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뭔가가 남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헐툰이 만들어졌습니다.
-헐툰은 그림도 좋지만 글에 큰 울림이 있어요.
학창시절에 시를 쓰는 걸 좋아했어요. 대회가 있으면 학교 대표로 늘 출전했고, 운이 좋아서 상도 제법 탔고요. 중학교 국어 선생님께서도 어떤 직장을 갖던지 간에 글쓰는 것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아마도 그 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아서 저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것 같아요.
-헐툰의 내용이나 형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죠?
교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처음에는 교실 안 사물을 의인화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그러다가 문득 ‘교실에 갇혀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클래스툰을 그리는 것도 아니니 굳이 갇힐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예요. 그러던 중 제 글과 그림을 교사 외에도 다양한 분들이 보고 계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힐링’을 주제로 삼고,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공간인 ‘카페’를 배경으로 삼았어요. 여기에 ‘커피’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평소의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어요. 모두가 각자의 공간에서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왔을텐데,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거든요.
-이런 노력들로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위로를 받고 계신 것 같아요.
계정을 크게 성장시키고 싶다는 욕심은 없지만(웃음), 워낙 세상이 팍팍하고 힘든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낮에는 교실에서는 학생들을 다독여주고, 밤에는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욕심이 있죠.
-원래 다음 질문으로 헐툰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쭤보려고 했어요. 이미 답변을 해주신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에 마음이 다친 선생님들이 많을텐데, 헐툰을 보고 힘을 얻는 분들이 많으시죠.
-저는 ‘감기’라는 글을 좋아해요. 그리고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는 ‘기록’이라는 글이 뜻깊게 다가오더라고요. 저같은 구독자의 피드백이나 응원의 메시지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가끔은 창작 의욕이 떨어질 때가 있어요.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면 다작도 가능할텐데, 저는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요.(웃음) 많이 소진되었을 때는 헐툰 연재를 쉬기도 했었는데요. 어느 날 군대를 갓 전역하신 분이 장문의 감사 메시지를 보내오신 적이 있어요. 작위적이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 글이었다는 내용으로 기억해요. 그때부터 열심히 쓰게 되었어요. 누군가 위로를 받고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게되었다는 생각에 계속 해나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던 ‘감기’나 ‘기록’을 좋아한다는 분들이 많으셨는데요. 대부분 감정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마치 계절처럼 바뀌기도 하고, 계절 안에서도 날씨에 따라서도 바뀌기도 하고, 그래서 기분이 좋고 나쁨 때문에 너무 축 처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태어나서 감기 한 번 안 걸린 사람 없듯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감기처럼 언젠가는 나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도요. 사실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겉으로는 되게 좋아보이지만 사실은 좋은 것만 올리는 거잖아요. 굳이 나쁜 것을 올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근데 누구나 달의 어두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너무 남들의 밝은 부분만 보고 자신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글도 있으시죠?
예전에 썼던 ‘결핍’이라는 글인데요. 문득문득 ‘나놈’이 이런 글도 썼구나 한답니다.(웃음) 스스로를 용서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면서 썼던 글 중에 하나인데 잠시 읽어드릴게요. ‘무언가를 잃어봤던 사람만이 작은 채움에도 감사할 줄 알고, 마음이 깊게 꺼져봤던 사람만이 골 깊은 평온함을 유지하는거지 세상 어떤 아픔도 사소하지 않지만, 아픔만을 위한 아픔은 아닐거야.’ 애착이 많은 글인데요. 누구나 힘든 순간을 겪지만 그런 힘듦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나에게 깊이를 주는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기분이 엄청 안 좋았을 때 썼었는데, 쓰면서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지!’라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글을 보면 ‘지금의 우울은 또 하나의 골이구나.. 사람이 깊어질 수 있겠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아파도 괜찮아.” 이런 느낌인거죠.
-어려운 순간에 글이 튀어나오는 경험은 저도 여러 번 있어요. 정말 공감합니다.
-앞서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헐툰, 참쌤스쿨, 학교가자닷컴 그리고 최근엔 아이스크림 연수도 진행하고 계세요. 전방위에서 공유를 실천하고 계시는데, 선생님께 공유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제가 전해드리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상호작용이 일어나요. 남들을 위해 뭔가를 하면 저도 도움을 받는거죠.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통해 위안을 많이 얻어요. 그런 맥락에서 ‘공유’는 세상에 꼭 필요한거죠. 돈이 없거나 몸이 아파서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은 고립감에 아파한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좋은 교우관계를 맺게 해주려고 노력하시는 이유도 사람과 소통을 통해 에너지를 얻게 해주려고 그러시는거겠죠? 저는 그걸 실천하는 과정입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무너졌고, 무기력과 우울감을 얻어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어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2020년과 2021년 교실을 어떤 색깔로 비유할 수 있을까요?
특정 색깔을 비하는 건 아니지만(웃음) 블루라고 하기엔 좀 더 어두운 것 같아서 보라가 어울리지 않을까요? 블루는 은유적으로 마음이 침울할 때를 나타내곤 하지만 좀 더 명도가 낮은 보라색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보라색은 어떤 상징을 가질까요?
제가 학교가자닷컴 로고에 코로나 균을 보라색으로 그린 적이 있었는데요. 직감적으로 보라색을 사용했던 것 같아요. 작년은 정말 아비규환이었잖아요.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죠. 뉴스 영상에 나오는 모습도 충격이었고요. ‘교실에서 우리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작년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마치 뭉크의 절규 같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파란색은 너무 배부른 색깔이었던 것 같고요.(웃음) 보라색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는 좀 색깔이 변했을까요?
블루로 가다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남색 정도가 된 것 같아요. 보라색보단 좋은 것 같아요.
-2020년과 2021년의 3월 풍경을 비교해주실 수 있을까요?
단번에 비교가 되는데요. 2020년 3월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죠. 대신 절박함과 당혹스러움이 교실을 꽉 채우고 있었고요. 반면 2021년에는 훨씬 준비된 상태에서 학생들을 맞이할 수 있었어요. 대구 기준으로는 모든 학생들이 오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2021년에는 학생들과 함께 3월을 시작해서 마음이 풍요로웠어요.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지만 코로나 시국의 교사, 헐툰쌤은 무엇을 얻으셨나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위기 속에서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교사라는 직업은 늘 튀면 안되고 보수적으로 행동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사들이 숨겨놓은 능력이나 무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교사들도 콘텐츠를 제작할 능력이 있고, 협업을 통해 교육 시스템을 제공할 수도 있고, 노력하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을 소위 철밥통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희 정말 고생 많이 하잖아요? 사회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직군인데도 불구하고 소명의식을 갖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밖으로 돌출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능력이 많다는 걸 드러낼 수 있었고, 교사들이 뭉칠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노력하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말씀이 와닿네요. 그런데 혹시 잃은 건 없으셨나요 선생님?(웃음)
잃은 것도 많죠. 학교에서 동료들과의 관계가 생각나네요. 학교에서 방역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동료 선생님들과 가까이 하기도 힘들고, 대화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는 것 같아요. 시국이 시국이고 모두가 계속 긴장한 상태여서 예전처럼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학교 분위기는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2020년의 K-교육에 대해 어떤 한줄평을 내릴 수 있을까요?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하고 고생했던 시간 같아요. 불가능한 일들을 정말 많이 해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가 퍼지는 공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들을 생각하면 교실도 사실 크게 다를 것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학생들이 오가고, 대화로 수업을 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했는데 그 공간에서 그다지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고요. 교실이 다중 이용시설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생각했을 때, 변이 바이러스 확산 추세 이전까지는 확진자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이 모두 고생하며 책상 하나하나 닦고, 하루종일 긴장한 상태로 방역을 위해 노력한 결실이 아니었을까요? 2020년은 많은 선생님들이 고생한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국에 실천하셨던 교육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공유해주세요.
제가 가진 것들을 아이들과 나누려고 노력하는데요. 패드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드로잉을 알려주고, 학생들이 재미있게 참여하는 순간, 집중하는 눈빛들이 이미지로 떠오르네요. 제가 교육활동을 잘했다고 내세우는 건 아니고요.(웃음) ‘내가 고민을 하면 다른 교육 방법이 생기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옆 반에 친한 형이자 동료 선생님이 있는데,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학생 입장에서 학교는 왔는데 말을 못 하고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지를 못하고, 화장실도 거리두기 하면서 다녀야 하고.. 학생들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기는 오되 뭘 하지는 못하니까요. 그래서 ‘시공간을 떠나서 공부하고 창작할 수 없을까?’ 고민을 했었죠. 요즘 아이들이 MZ 세대이기도 하고, 스마트기기를 잘 다루니까 그쪽으로 생각을 확장해봤어요. 직접 그려서 환경 정리 물품을 만들기도 하고, 작품을 패들렛에 올려서 서로서로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고요. 창작의 공간이 만들어진거죠. 작년 제자들은 이제 전문가가 되어서 제게 와서 자랑을 하기도 하는데요. 기능적인 능력 하나를 심어줬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껴요.
-저는 3월부터 학교가자닷컴을 알고 사용했는데요. 노력과 수고에 대해 사용자로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려요. 본격적으로 학교가자닷컴에 대해 여쭙기 전에 팩트체크를 하려고 하는데요. 기사를 보면 이런 문구가 공통적으로 등장해요. ‘2020년 3월, 3주간 등교개학이 연기된 상황에서 대구 교사 12명을 중심으로 학교가자닷컴이 열렸다.’ 맞나요?
3월 2일 전부터 회의를 계속해서 시스템을 만들었고, 대구 선생님께서 많이 참여하셨지만 다른 지역에도 많이 참여하셔서 전국단위라고 정정하는 편이 좋겠어요.
-이미 2월부터 기획을 하신거네요?
전국 많은 선생님들이 밤에 줌이나 구글 미트로 모였어요. 저희 딴에는 정말 비장한 느낌이 있었어요. ‘지금은 고생스럽더라도 전국에 계신 선생님들을 위해 나누자.’라는 생각으로 임했죠.
-놀랍네요. 다들 자발적으로 모이신거죠?
네 맞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막기 위해서겠죠?
네.
-장기화될 코로나에 대비해서 굉장히 발 빠르게 대처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 3월엔 교육부도 정신이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플랫폼이나 컨텐츠는 없는데 온라인 수업을 해내라는 압박이 그대로 선생님들께 가고 있었고요. 그래서 우리가 먼저 만들어놔야 선생님들께서 활용하실 수 있고 학생들도 교육적으로 소외 받지 않을 거라는 소신이 있었어요. 순수한 사명감 때문에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학교가자닷컴 컨텐츠를 사용했던 이유는 준비도와 완성도였어요. 큐레이팅이 잘 되어 있었죠. 짧은 시간에 해내신 모든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에 전국 선생님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학생들의 학습공백인데요. 학교가자닷컴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기여했던 점은 무엇일까요?
학교가자닷컴 선생님들께서 모든 자료를 만든 것은 아니고요. 기존의 선생님들께서 만드셨던 자료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학생들이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요. 학교가자닷컴 만의 공이 아니라 좋은 자료를 만들어주신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해야겠죠. 물론 학교가자닷컴 선생님들도 컨텐츠를 많이 만들기도 하셨고요.
-선생님으로서 뜨겁게 느껴지는 답변이네요.
진지를 구축한 건 학교가자닷컴이 맞지만 총알, 무기 그리고 탱크를 공수한 건 많은 교육 모임들이었죠. 마치 UN 같았달까요. 모든 선생님들께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온라인컨텐츠 시장을 누가 먹느냐는 싸움이 작년 한 해 큰 이슈였어요. 공교육 부분에선 학교가자닷컴이 발군이었고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교가자닷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교육청, 행안부, 클래스팅 등에서 학교가자닷컴의 컨텐츠와 콜라보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요. 가장 아래에 있다고 생각한 학교 교사들의 혁신이 점점 위로 올라가는 모양이에요.
일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요. 모든 좋은 일에는 뭔가 오해의 소지가 따를 수도 있는데요. 제가 학교가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구성원으로서 진심을 말씀드리는 건데요. 정말 경제적 지원이랄지.. 손에 쥐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코로나 시국에 안 그래도 나 하나도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새벽 두세 시까지 회의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라이브 방송도 했었어요. 10시에 한 번, 오후 두 시에 한 번, 하루에 두 타임씩 했었거든요. 그냥 농담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이나 저명인사를 섭외해서 다양한 주제로 진로교육도 하고요. 그 일들을 선생님들께서 무급으로 하셨거든요. 진짜 힘들었어요.(웃음)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혜택에 대한 추측과 정치적 시선들이 좀 섭섭하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말씀을 드려 속이 시원하네요.(웃음)
-저는 경제적,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다시 알립니다.(웃음) 학교가자닷컴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요?
제가 학교가자닷컴 대표라고 할 수 없어서 비전에 대해 일축할 수 없죠. 다만 소속 구성원으로서 말씀을 드리자면 무조건 학생을 위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방향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거 같아요. 지금 스탠바이 된 선생님들도 심심한 학생들,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학습자료를 공유하고 있고요. 학생들만 바라보는 길을 걷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 잠시 언급하신 것 같은데요. 교사를 공무원을 관점에서 보면 시키는 일만 한다는 힐난을 사기도 해요. 헐툰쌤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시는 것 같고요. 시키지도 않은 일 바꾸어 말하면 창의적인 일을 계속 해오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어봤을 때 보수적이라던지 도전적이지 못하고 갇혀있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선생님 대상으로 사기치기 쉬워~”하는 우스갯소리도 있고요. 그런걸 시원하게 부수고 싶었어요. ‘선생님들 모두가 능력도 많고, 사회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서 보여주지 않았을 뿐 무궁무진한 능력이 있고, 우리가 결코 트랜드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우리가 헤아려야 할 것이 많아서 그런 것 뿐이지, 교육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얼마든지 좋은 영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선생님이라는 말도 좋아하지만, 댓글에 종종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의 말씀도 좋더라구요. 물론 저는 작가라고 불리기엔 좀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들이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선생님도 창의적인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든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9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어떤 말씀을 전해드려야 할지.. 내가 인터뷰할 자격이 되나..’ 싶어서 경황없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모든 선생님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들 전부 고생 많으십니다.
Interviewee 이병용
Interviewer 정주석
Date 20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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