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비타민 하루 한 알 먹으면 건강 걱정이 퉁쳐지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데, 요새는 영양제를 종류별로 함량 따지면서 먹게 되었어요. 최근에 추가한 영양제가 있는데 바로 마그네슘이에요. 간헐적으로 눈 떨림이 오곤 하면 바나나 하나 먹으면 됐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바나나로는 먹히지 않더라구요. 이것만으로 구입할 이유 충분했는데, 마그네슘이 신경증을 눌러준다지 뭐에요. 불쑥불쑥 치미는 화는 교사들의 직업병 아니겠습니까. 안 먹을 이유가 없었고 당장 쿠팡직구로 주문했죠.
미국에서 출발해서 집까지 걸린 시간 불과 사흘. ‘나는 이제 이 약으로 신경질 쟁이라는 오명에서 탈출할 수 있을거야.’ 부푼 기대를 품고 뚜껑을 여는 순간, 깨져버린 캡슐을 발견하고 맙니다. 신경질이 스멀스멀 올라오려하기에 4-7-8 호흡을 여러 차례 시전한 후 침착하게 쿠팡 고객센터에 문의를 시작했죠. 키오스크와 자율 계산대가 우리 몰래 범용화된 20년 현대 사회에서는 고객센터도 메세지로 주고 받으라고 하더군요.
상담사의 첫 마디 ‘오늘의 주인공이신 000고객님께 행복을 전달해드리고 싶은 쿠팡 상담사 000입니다.’ 이어진 두 번째 ‘불편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을까요?’ 마지막 ‘글로써 상담하는 채팅이다 보니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을지 너무 걱정입니다. 혹여 저와 상담 중 불편하셨던 점 있으셨을까요?’ 상담 업무에 고객에 대한 친절이 포함된 것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고객 문제 해결 범주에서 친절은 당연한 것이 아니죠.
인터넷 장애 때문에 전화를 건 날에는 잠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 나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쏟아내는 상담원을 만나고, 냉장고 수리를 끝낸 뒤에는 곧 걸려올 서비스 만족에서 꼭 별 다섯 개를 주라던 기사님을 만나곤 해요. “안 그런 직업이 있더냐?”라고 물으신다면 지금까지 제 글을 오해하지 않고 읽어주신 셈이네요. 그러니 우리 공짜로 얻는 공감과 친절에 무뎌지지 말고 예민하게 감사함을 느끼기로 해요.
쿠팡 상담원의 도움으로 마그네슘을 새 상품으로 신속하게 배달되었어요. 신경질이 줄었는지 늘었는지 그대로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영양제는 먹을 때는 효과를 모르다가 끊으면 알게 된대요. 마치 친절이랑 비슷하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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