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화장품 ODM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에서 화장품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2021년 2월 의료기기 스타트업에서 전략기획자로 커리어 피봇을 한 이후 약 3년 동안 커리어를 키워나가고 있는 주니어 전략기획자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서로 다른 산업(화장품, 건설, 의료기기, 자율주행 로봇)과 다양한 규모(중견기업,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소회와 커리어 성장에 전념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조용한 사직'이 뭐길래?)
2022년 하반기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과 같은 자산 시장 상승으로 인해 모든 계층, 특히 노동을 통해 부를 일궈 나가야 하는 '나'와 같은 계층에게 엄청난 피로감과 절망감이 다가왔다. 특히 이제 자산을 일구고 결혼, 더 나아가 출산까지 준비하는 20~40대는 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은 커리어 성장보다 투자를 통한 FIRE족으로 혹은 YOLO(You Only Live Once)족으로 변화해 커리어 성장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가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챌린지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조용한 사직이란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을 하겠다'라는 의미로, 승진이나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 내 업무 범위 이상의 업무를 하지 않는 허슬 컬처를 거부하는 것이다.
출처: '조용한 사직' 도대체 뭐길래…MZ세대 화제 이유보니, 서울경제
"허슬컬처(Hustle Culture): 개인의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라이프 스타일"
한국 또한 조용한 사직이라는 용어가 MZ세대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유연한 고용과 해고가 일반화된 미국과 달리 경직된 고용문화를 가진 한국은 '조용한 사직'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소득 대비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부동산 가격은 이러한 경향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용한 사직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 특히 대한민국에서 20대, 30대, 40대로 살아가면서 고갈될 국민연금을 걱정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맞는 선택일까?
2 (경제성장률로 보는 '조용한 사직'의 위험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대한민국 예상 경제성장률을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하였다. 내년 성장률 또한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해 대한민국의 경제 침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였다. 이 수치는 같은 발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다.
보통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특정 산업의 시장성장률은 10% 수준으로 평가한다.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는 큰 변화와 개혁이 없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특정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성장할 것이며, 그 기업에 소속된 직원들 또한 1) 평균 이상의 임금 인상률과 2) 기업 성장에 따른 개인 커리어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던 대한민국에서는 대기업,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적당히 일을 하며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더라도 자신이 속한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높은 수준의 부를 일구고 수평 혹은 아래 방향의 수직 이동을 통해 늦은 나이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앞서 이야기했듯 현재 우리나라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1.5%로 세계 경제성장률과 비교해서도 1% p 이상 낮은 수준이며, 이는 더 이상 기업들이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고는 이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3 (금리와 투자의 관점에서 커리어 성장 바라보기)
국채금리는 자본 즉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최소 비용으로,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할 때 국채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가 아니라면 사실상 돈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지금 우리 은행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나온다. 그것은 은행이자가 무려 15%였다는 것이다. 현재 고금리 예적금 상품으로 최대 5%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엄청난 차이이다. 심지어 드라마에서는 15%도 금리가 너무 낮다며, 과거에는 20%였는데...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당시에는 예금을 통한 자본 증식이 일반화된 방식이었다.
현재 퀀트투자,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연 복리 10%만 하더라도 부자가 된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과거에는 예적금을 통해 무위험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금리를 통해서도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심지어 연 복리 10%도 적고 더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주식, 선물투자, 벤처투자, 심지어 코인까지 고위험 투자상품을 선택해 자신의 부를 빠르게 만들어 나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조용한 사직'처럼 투자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어떠한 공부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시 커리어로 돌아오면, 과거 고금리 시대의 최고의 투자 상품은 예적금이었던 것처럼 커리어 성장을 위한 최고 선택은 대기업, 공무원이었다. 그렇다면 현재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선택은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과 같은 기업규모가 아닌 '나' 자신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부품으로 소비되다 버려질 뿐이다"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여전히 삼성, LG,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2차 전지, AI 등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글로벌에서도 탑티어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소속 직원들의 피와 땀이 어려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직원들은 그냥 버려졌을까? 그렇지 않다. 자신의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인정받고 더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좋은 조건으로 자유롭게 이직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있을 것이다. 자기 계발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말이다.
4 (결론: 커리어 성장은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 하는 것)
이 글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커리어 성장을 통해 '나' 자신을 갈아 넣어라가 아닌 투자처럼 자신의 판단하에 현재 나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위험과 가치를 판단하고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조용한 사직'을 하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통해 커리어 씬에서 도태된 것을 회사 탓, 사회 탓 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저성장 사회이기도 하지만 많은 기회가 있는 사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심과 역량만 있어도 충분히 블로거, 인플루언서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성공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3년 차 주니어 주제에 뭐 이룬 것이 있다고 네가 커리어에 대해 글을 쓰는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고, 지금의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또 성과를 통해 증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