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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원소설의 관점에서 보는 인간관계론

성장하는 인간 관계를 만들기 위해

4원소설의 관점에서 보는 인간관계론

1


나의 첫 생각은, 2023년 4월 20일 회식 자리로 이동하던 중 회사 동료의 우연한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단단한 고체인 나무가 말랑말랑한 액체인 물을 흡수하는데, 단단한 나무로 성장하는게 신기하지 않나요?"


나름 이공계였던 '나'는 삼투현상을 통한 물과 흙 속에 포함된 유/무기물질의 흡수, 잎의 기공을 통한 이산화탄소(광합성)/산소(호흡)의 흡수와 같은 어떻게 보면 기초적일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생각했고, 의문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의미 없는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2


회식이 끝난 후, 2023년 4월 25일 Head와 함께한 점심 회식 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그 동료는 다시 한 번 H-Head에게 그 질문을 했고,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Head는 색다른 답변을 했다.


"신기한 것 같아요. 뭔가 조화 같은 거랄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 답변을 들은 이후, 내가 회사 동료의 우연한 의문에 내 얕은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답변은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같은게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3


이러한 강박은 내가 하는 '전략기획'이라는 업무에 적합한 성질일까?


내가 생각하는 전략기획은 시장의 문제(Problem)와 수요(Needs)를 인식하고 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모든 정보를 유기적으로 조합해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획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의문-답변'이라는 단방향 소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답변 중 적합한 답변을 시장이 선택하는 '의문-답변->선택'과 같은 양방향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문제를 한 가지 방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관찰해 문제의 모든 면을 볼 수 있는 성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회사 동료의 의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서로 다른 존재와의 관계와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회사 동료의 우연한 의문을 생각했다.


4


회사동료의 의문을 '관계와 성장'의 관점에서 다시 정리하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물과 나무가 만나서 어떻게 더 큰 나무가 될 수 있었을까?" 이고,


이는 '물(말랑) + 나무(단단) =  나무(성장)'일 것이다.


이를 물 외에 나무 성장에 필요한 것들까지 대상을 더 확장하면, 자연에 있는 물(말랑)과 흙(포슬), 공기(투명)는 '나무'라는 단단한 친구의 성장을 도와주는 서로 다른 고마운 존재들일 것이다.


실제로 이 의문에 대한 고찰은 B.C. 490~430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에 잘 정리되어 있다. 엠페도클레스는 모든 물질이 물, 불, 공기, 흙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 네 가지 원소들이 사랑과 미움이라는 힘에 의해 성장과 파괴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무라는 생명 또한, 자기와는 다른 존재인 물과 흙, 공기와의 결합을 통해 성장한다는 '서로 다른 존재와의 관계와 성장'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 같다면, 아직 미개봉한 따끈따끈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예고편을 보자. 엘리멘탈의 주인공인 물(웨이드)과 불(엠버)이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며 성장하는 스토리인 것처럼 보인다.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서로 다른 존재와의 관계와 성장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5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과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통해 고려했을 때, 결국 회사 동료의 의문은 단순히 과학이라는 이름의 근거로는 답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이제는 완전히 틀린 답변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삼투압을 통한 물과 유/물기물질의 흡수, 잎의 기공을 통한 공기의 흡수는 결국 물과 나무가 만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지 실제로 물과 나무가 결합해서 더 큰 나무로 성장한다는 의문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1 + 1 = 2'라는 식을 설명한다고 했을 때, 내가 본 관점은 1과 1이 만나 2가 되는 이유가 아닌 '+'라는 수식 기호에 대해서만 본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결론은 앞서 언급했던 '서로 다른 존재와의 결합과 성장'이라는 명제이다. 이 명제를 본 혹자는 뜬 구름 잡는 것처럼 들릴 수 있고, 회사 동료의 의문을 Rephrasing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그 의문에 대한 본질 그 자체이면서 답변인 것이다.


'신기하다' 라는 사전적 정의('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처럼 나무가 물, 흙, 공기를 흡수해 더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은 '신기' 그 자체인 것이다.


6(마지막)


글을 쓰면서 느끼는 나의 회고는 우리는 살면서 '나'와 다른 수많은 존재를 만나지만, 성장을 만들어 내는 존재는 '불'과 같은 파괴적 존재와의 부정적 관계 아닌 '물과 흙, 공기'처럼 창조적 존재와의 긍정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불'과 같은 파괴적 존재인 누군가와 불가피하게 관계를 가지게 된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나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고, 성장은 커녕 존재 자체에 대한 위기까지 경험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타들어가는 고통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물'과 같이 고통을 줄여주고, '흙'과 같이 생기를 주는, '공기'처럼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아내'의 존재였을 것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그곳에서 버티다 다 타버렸거나 그냥 도망쳐 버렸을 것이다.


믿고 지지해주던 아내라는 존재 덕에 다시 '물'과 '흙', '공기'와 같은 창조적 존재들이 함께 있는 숲에서 업무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짧은 시간이지만 빠르게 '성장'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아내에게, 또 그 숲에게 물과 흙, 공기와 같은 창조적 존재가 되어 긍정적인 관계로 성장을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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