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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of Spades May 30. 2021

유학생활의 本: 나의 무지에 대한 재발견과 질문의 연속

유학생활의 본질은 나의 무지에 대한 재발견과 질문의 연속인 것 같다

인스트럭터나 조교 모두 친절하고 강의도 열심히 준비해온다


과제가 넘어온 거 보면 내가 잘 아는 분야는 정말 괜찮게 풀리는데 안 되는 건 시발 뭔 교재를 찾아보건 구글을 뒤져보건 답이 없다


데드라인을 넉넉하게 두려 노력하며 하루 정도 빠르게 메일을 보낸다 '발송' 버튼을 누르면서 내가 보내는 이 답안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


아침 8-9시 사이에 보통 제출한 내용에 대한 피드백이 온다

내가 똥을 싸놨건 꽤 훌륭한 답을 내놓았건 적혀있는 영어는 항상 친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메일 본문을 열기까지 일부러 뜸을 들일 때가 많다



아마도 너가 틀리게 생각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다시 답을 제출해줄 수 있겠니?



이 문장

이걸 본문 말미에서 볼까봐 너무 답답하고 긴장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국 국내에서 공부하는 동안 내가 이렇게 쪼들렸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뭘 준비하든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고 질문은 내가 오히려 받는 입장이었지 질문을 내가 하는 입장이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이 틀을 깨야 한다


내가 모르고 약한 부분을 밀도 있게 배울 수 있으니까 지금 과정이 나한테 굉장히 중요하다


물어볼 때 걱정되고 짜증나고 신경쓰여도 그 부끄러움 하나 못 이겨내서 다 아는 척, 가짜 지식만 가진 채로 하루를 더 살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부끄러움이 한두개가 아니라는거다

어느 정도는 일상화되어가는 부끄러움이라는 게 있다 지금 이 시기에는

하루에 두세번씩은 아쉬운 소리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참...

빨리 틀을 깨야 할텐데.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뭐가 나쁘냐고.

내가 아직도 이게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수치플... 차라리 수치를 느끼면서 기분까지 함께 좋아지는 그런 체질이 되었다면 좀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


아닌가 시발 혹시 나도 모르게 내 성향이 조금씩 바뀌어버려 있는 건...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응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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