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목이 말라 물을 달라고 했다가 친척 한 분의 장난으로 맥주를 보리차인 줄 알고 마신 적이 있다. 어른이야 없어서 못 먹는 맥주일지 몰라도 어린아이로선 “왜 이런 시큼한 걸 맛있다고 마시지?” 싶었던 것 같다. 몇 년 동안 임차하다가 소유할 수 있다는 주택을 정부에서 공급한다는 걸 보며 문득 보리로 만든 액체는 액체인데 보리차가 아니었던 맥주가 생각났다.
2022년 10월 정부는 청년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향후 5년간 공공분양주택 5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50만 호 중 10만 호를 ‘선택형’(이하 뉴:홈 선택형)이라는 이름으로 6년 동안 살아보고 분양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부는 개인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주거선택권을 제공하고자 유형을 다양화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정부는 비슷한 주택을 향후 5년간 2만 호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임대와 분양을 혼합한 신주택 모델이라며 최대 10년 동안 거주해보고 분양받을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집을 ‘내 집 마련 민간임대’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림> 2023년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 공급 계획
출처: 국토교통부
많은 이가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분양주택을 많이 짓겠다고 하는데, ‘주거선택권’을 제공한다며 몇 년 동안은 집을 빌려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 왠지 이상하다. 내가 입주할 집이 행여나 ‘순살 아파트’이진 않을지 살아볼 겸, 지금 당장 분양금을 다 마련하기는 어려우니 몇 년 동안은 목돈도 모을 겸 분양받기 전에 한동안 빌려 쓰는 것 자체는 괜찮을 듯도 하다. 정책 자체가 이상하다기보다는 임차와 분양이라는 다소 모순된 내용을 하나의 정책으로 합쳐 놓으니 보리차인 줄 알았는데 맥주였던 액체처럼, 임대주택 혹은 분양주택인 줄 알았는데 분양주택이나 임대주택인 다소 특이한 집이 되었다.
사실 이처럼 임차해 살다가 분양받는 집을 정책적으로 공급한 건 2022년 발표된 뉴:홈 선택형이나 내 집 마련 민간임대가 처음은 아니다. 이외에도 공공임대의 하나인 분양전환공공임대가 있다. 5년 공공임대니 10년 공공임대니 하며 5년에서 10년 동안은 저렴하게 공공임대에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는 집이다.
기업형 임대(뉴스테이)나 공공지원민간임대 같은 민간임대 역시 민간사업자가 8~10년 동안 임대하다가 분양할 수 있는 집이다. 다만, 분양전환공공임대와 달리 그 집을 임차해 사는 사람에게 분양권이 먼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이를 변경해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보장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가 2014년 인천시와 2021년 정부에서 ‘누구나 집’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됐고, 2022년 정부는 내 집 마련 민간임대라는 이름으로 이를 공급한다고 한다.
시리즈물같이 다양한 임대 후 분양주택 사례를 보며 분양주택이면 분양주택이지, 왜 임대를 하다가 분양하는 주택을 공급하는지 궁금해진다. 한두 차례 시도로 그치지 않고 여러 이름으로 반복해서 공급되는 걸 보면 집을 짓는 공급자와 그 집에 살길 원하는 수요자, 그리고 정책결정자 사이에 어떤 균형이 이뤄졌을 성싶다.
우리가 우리 사회에 집을 어떻게 공급할지 결정하는 정책결정자가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개중에는 4년마다 이사하는 설움, 청약가점에 밀려 당첨되지 못한 설움 등으로 분양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청약 자격도 획기적으로 바꾸고 싶은 이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삶의 여러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 우리 사회 전체의 주거 문제를 바라보면 ‘분양주택만 공급해도 괜찮을까?’ 고민되기도 한다.
2020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57.3%는 자기가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42.7%는 전세, 월세, 사글세 등으로 집을 빌려 살고 있다. 이 40여% 중에는 분양주택을 통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저렴하게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필요한 사람도 여전히 많다는 생각을 지우기 쉽지 않다.
때문에 정책적으로는 일정 물량의 집을 임대주택으로 꾸준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게 집을 짓는 공급자에게는 또 고민이다. 분양주택과 달리 임대주택은 거액의 분양가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공급자는 집을 다 지은 후 토지비, 건설비, 대출금 등을 빨리 회수해 은행이나 채권자에게 갚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임대 후 분양주택에서 공급자는 일정 기간 임대한 후 집을 분양하며 해소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내 집 마련 민간임대를 공급해 임대하는 민간사업자는 최대 10년 동안만 집을 임대 운영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이를 임차인 등에게 매각해 주택 공급 및 운영에 투입한 사업비를 메운다. 임대 후 분양주택은 이 지점에서 무주택자의 주택 소유 수요, 일정 부분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한 정책결정자의 동기, 주택공급자의 임대사업비 조기 회수 동기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임대주택을 매각해 주택공급자의 공급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방식은 아니다. 공공임대를 비롯한 공적 임대주택(사회주택) 재고율이 우리나라(8%, 2020년 기준 공공임대 재고율)보다 높다고 알려진 네덜란드(34.1%, 2020년 기준)나 영국(16.7%, 2019년 기준)에서도 1980~1990년대에 지방정부나 비영리 민간사업자가 소유한 공적 임대주택을 매각한 사례가 있다. 심지어 이들 나라에서는 공적 임대주택 사업자가 그 집과 관련된 파생상품을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는 임대주택을 어느 시점에 매각해 주택의 공급 및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건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하겠다.
하지만 수요자에게 임대 후 분양주택은 언제는 임대주택이라고 했다가 언제는 분양주택이라고 하는 게 여전히 보리차인지 맥주인지 알 수 없는 찜찜함이 있다. 임대 후 분양주택을 빌려 쓰는 사람이 정말 임대 기간이 종료된 후 그 집을 살 수 있을지, 임대 후 분양주택이 다른 임대주택이나 분양주택 공급에 영향을 주진 않는지를 통해 이 찜찜함의 실체를 살펴보자.
2022년 이후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했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최근인 2023년 상반기에 입주자 모집 공고가 있었던 인천의 한 59m2(17.8평) 공공지원민간임대 아파트를 대상으로 계산해보았다. 공고일 포함 이전 6개월 동안 이 아파트가 위치한 동에 있는 아파트의 주택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해당 위치 자치구 내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평균을 적용하면 10년 후 이 아파트의 가격은 4억 3천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 규제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3억 원 정도를 은행 대출로 마련할 수 있다. 2018~2022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이자율 평균(3.16%, 이 역시 최근 이자율 동향을 고려하면 낮게 가정했다는 한계가 있다)을 적용해 40년 동안 원리금균등상환을 한다고 하면 우리는 매달 102만 원을 은행에 갚아야 한다.
자녀 1명이 있는 신혼부부라고 할 때 이들은 806만 원보다 낮은 월 소득(2022년 도시근로자 3인 가구 월평균 소득 120% 이하)을 벌 때만 이 임대 후 분양주택의 특별공급 물량을 임차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2020년 1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매년 소득 변동률 평균(4.35%)을 적용하면 10년 후 이들의 소득은 1,235만 원으로 기대된다. 이 정도 소득의 3인 가구가 10년 동안 공공지원민간임대를 임차하다 분양받으면 40년 동안 소득의 8.3%를 은행에 갚아야 하는 거다.
주택시장이 많이 침체된 것이 반영된 탓인지 주택 소유 수요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임대 후 분양주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월 원리금 부담이다. 임대 후 분양주택 중에는 처음 집을 빌릴 때 소득 제한이 없는 유형도 있고, 또 소득 제한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소득이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를 수 있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대출 원리금 부담은 더 낮게 평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주택 소유 수요자 수만큼이나 다양할 여러 경제적 여건을 간과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사례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보다 낮은 소득을 버는 사람이 10년 후에 이 집을 분양받을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지다. 2023년 3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443만 원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 매년 4.35%씩 올라도 10년 후 이들은 40년 동안 소득의 15.0%를 은행에 갚아야 해당 공공지원민간임대를 살 수 있다.
또, 대출 규제 한도 내에서 은행에게 돈을 빌려 부담하는 월 원리금 외에 LTV 등의 한도 밖 분양금을 마련하기 위한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위의 인천 아파트 사례로 생각하면 1억 3천만 원 정도는 저축이나 부모님 지원 등을 활용해 마련해야 하는 거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에 적용되는 대출 규제 한도에 차이가 있어 일부 자금을 제2금융권으로부터 마련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 이런 조건에서 소득이 낮고 자산이 적은 가구는 대출 규제 한도 밖 분양금을 마련하기 더 어렵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앞의 예시에서 가정하고 있는 59m2의 집을 3인 가구가 평생 ‘거주’할 목적으로 분양받을지다. 이 집을 분양받아 몇 년 후 집값이 오르면(현재의 침체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반드시 실질 주택가격이 오른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팔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한다는 등의 계획을 세울 수도 있지만, 애초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특정 지역에 정착할 계획이 있거나 추가 자녀 계획이 있는 등의 가구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가구는 임대 후 분양주택의 전용면적에 따라 분양받고자 할 동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2021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33.9m2(10.3평)라고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59m2의 집을 투자 목적이 배제된 순수한 거주 목적으로만 분양받을 수요는 평생 1~2인 가구로 거주할 가족에게서만 찾을 수 있을 듯하다.
2022~2023년 기준으로 임대 후 분양주택이 전용면적 60m2 이하의 소형 주택인 경우가 5년 공공임대는 75.9%, 10년 공공임대는 40.0%, 기업형 임대 및 공공지원민간임대는 79.6%라고 한다. 이들 집은 3인 이상 가구 입장에서는 거주대상으로서 분양받기 애매하고 1~2인 가구 입장에서는 3인 가구보다 소득이 낮아 분양받기에 값비쌀 우려가 있다.
임대 후 분양주택이 임대주택인 듯 분양주택인 듯 애매한 정체를 이용해 둘 중 한 주택의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있진 않을지도 문제 된다. 예를 들어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공급하는 주택 상당수가 임대 후 분양주택이라면 오래 거주할 임대주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공했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분양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하면서 임대 후 분양주택을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면 분양주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한 분양주택을 제공했다고 하기 어렵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공급된 임대주택을 유형별로 나누어보면, 임대 후 분양주택의 하나인 분양전환공공임대(10년 공공임대 등)는 2012년 이후 그 공급이 줄어들며 다른 공공임대에 비해 현격히 적게 공급되었다.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뉴:홈 선택형을 통해 연간 2만 세대로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지만, 비슷한 공급량을 보인 2018년(2만 6천 세대)을 보면 이로 인해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 공급량이 줄어들지는 않긴 했었다.
또 다른 임대 후 분양주택인 기업형 임대 공급량은 2017~2019년 동안 급격하게 늘어나 전체 임대주택(꺾은 선 그래프) 공급을 늘렸다. 그렇다고 기업형 임대 공급이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줄였다고 평가하긴 어려울 듯하다. 이 시기에는 공공임대의 한 유형인 전세임대가 많이 공급됐고, 대표적인 장기공공임대인 국민임대 공급도 2014~2016년에 비해 늘어났다.
다행스럽게도 과거 우리 정부는 임대 후 분양주택 공급을 통해 다른 장기임대주택 공급 자체를 줄이진 않은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임대 후 분양주택 공급량 증가만큼이나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지원이 충분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공급량 수치 이면에 있는 공공지원 수치 변화를 살펴보고 앞으로도 이제까지의 임대주택 유형별 공급 변화와 유사한 경향이 나타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림> 임대주택 공급 변화 (사업승인 기준, 2010~2021)
출처: 2022년 주택업무편람, KOSIS / 단위: 호, 세대
주: 공공임대주택 유형은 너무나 다양해 대표적인 유형 몇 가지만 그래프에 표시했다.
관련해서 우리의 청약저축 등을 통해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하 기금)이 어떤 주택의 공급을 지원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지원은 기금의 융자와 출자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공공임대 융자 및 출자(분양전환공공임대 제외), 임대 후 분양주택 융자 및 출자(분양전환공공임대 포함), 분양주택 융자에 기금이 얼마나 투입되었는지 보면, 임대 후 분양주택 때문으로만 공공임대와 분양주택에 관한 지원이 줄어들거나 늘어난 것은 아닌 듯하다.
임대 후 분양주택에 관한 공공지원이 늘어난 2016~2018년 동안 공공임대에 관한 지원도 늘어났다. 공공임대에 관한 공공지원은 이후에도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또, 2012년 이후 2022년까지 분양주택에 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이 기간에 임대 후 분양주택에 관한 지원이 특별히 증가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여기까지는 다행이라고 하겠다.
<그림> 주택 공급 관련 주택도시기금 운용 변화
출처: 2022년 주택업무편람, 2022년 12월 기금 운용상황(지출), 2023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
단위: 억 원
주: 2023년은 계획 수치이다, 분양전환공공임대는 공공임대 융자 및 출자가 아닌 임대 후 분양주택 융자 및 출자에 포함시켰다.
다만,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것은 2023년부터 정부가 분양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분양주택 관련 지원이 늘어난 크기만큼(1조 1,938억 원) 공공임대 관련 지원이 줄어들었다는(1조 3,353억 원) 점이다. 앞서 살펴본 임대주택 공급 변화와 달리 향후 임대 후 분양주택 공급이 분양주택 공급 확대라는 큰 틀에서 늘어나면서 공공임대 공급을 감소시킬 우려가 보이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꾸준한 추적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부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한 주거선택권을 제공한다며 제시한 임대 후 분양주택(뉴:홈 선택형, 내 집 마련 민간임대)에 관한 여러 쟁점을 검토해보았다. 이런 고민의 끝에 ‘애초에 분양주택을 소유할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임차인에게는 여전히 주거선택권이 없는 거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평균 소득보다 적게 벌고 자산이 적은 가구가 임대 기간이 종료된 후 임대 후 분양주택의 분양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입장에 처한 임차 가구가 장기 거주 가능한 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있을지 보면, 이후 임대 후 분양주택을 비롯한 분양주택 공급 확대로 공공임대 공급 지원이 줄어들며 그 기회를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듯하다.
결국 임대 후 분양주택이 이야기하는 주거선택권은 ‘내 집 마련’ 전체가 아니라 ‘내 집 소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계층 내의 여러 여건만 고려한 선택권 다양화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마련하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보다 포용적인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대 후 분양주택이든 그냥 분양주택이든 이를 분양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인 임차인 외의 임차인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대안적 임대 후 분양주택 실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협동조합과 임대 후 분양주택을 결합하는 모델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임대 후 분양주택의 입주자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임대 기간이 종료된 시점에 집을 분양받고, 정부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분양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리 장기융자를 지원하는 거다. 이런 모델은 주택공급자, 정책결정자, 분양금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인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거기도 하다.
임대 후 분양주택답게 임대 기간이 종료된 후에 주택공급자는 사회적협동조합에게 집을 매각해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인 임차인은 자신들이 함께 소유한 법인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동시에 정부 지원을 통해 분양금 부담을 낮춘다. 또한, 사회적협동조합의 분양금 마련을 공적으로 지원하는 정부는 언젠가 해산하게 되더라도 재산이 환수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툴을 임대 후 분양주택에 결합해 공공지원이 사적으로 남용될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나아가 이 모델에서는 임대 기간 동안 주택공급자가 받는 임대료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이 집에서 공급자의 사업비 상당 부분은 운영 수익(임대료)이 아니라 임대가 종료된 시점의 분양가로 회수되기 때문이다. 전세 혹은 반전세를 기본 임대료 수입구조로 하고 조합원이 매달 분양금(지분)을 적립해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하면 사회적협동조합이 분양 시점에 부담하는 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공공지원민간임대의 임대사업자인 리츠 툴을 적절히 활용하면 입주자의 임차보증금(전세금)이 안전한 집을 공급, 운영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공급자, 그리고 입주자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참여하는 리츠를 구성하면 입주자가 임차보증금(전세금) 혹은 지분 적립금의 전용을 직접 감시할 수 있다. 사인 간 거래로 방치된 채 여러 문제를 일으킨 우리나라식의 전세제도를 주거불안에 처한 시민이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임차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일 것이다.
임대 후 분양주택에 관한 대안적 접근 사례를 상술했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은 임대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임대 후 분양주택을 분양받기 어려운 계층도 포용하는 주거선택권 마련이다. 그에 대한 방안이 없는 임대 후 분양주택은 반쪽짜리 주거선택권만 제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