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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Ssam Jan 23. 2023

술 담배 못하는 인생에 낙이 없어!?

(지나가는 이야기가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닌) 지나가는 이야기


암 경험자에서 흔히 하는 고민 중에 의외로 술과 담배가 있습니다. 담배는 주변에서도 피우는 사람도 없고 피는 걸 다 싫어하고 자신도 몸에 나쁜 걸 알지만 끊지를 못해서 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담배마저 없으면 답답하고 무료해서 살 수가 없다면서요. 담배 중독이죠. 반명 술은 살짝 다릅니다. 물론 술도 담배처럼 주변에서 다 싫어하고 스스로도 조절하기 힘들 정도의 중독은 분명 심각하지만, 소량의 음주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허용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암 치료를 다 한 이후 경과도 좋은 상황에서 간혹 음식과 함께, 사람들과 어울리며 한두 잔의 술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레 생기게 되죠. 그렇지만 혹시나 이 소량의 술이 암에 안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우선 담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면, 담배는 건강에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나쁩니다. 과거 한때 잠깐 담배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의학적인 영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담배 때문에 기대여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치매를 경험할 확률이 줄어들 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다 폐암이나 심장병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담배와 질병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틀린 이야기입니다. 사람마다 몸에 유해한 물질을 견뎌내는 힘에 다소 차이가 있기에 아직 발병을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흡연을 낭만이나 매력의 측면에서 일정 부분 허용하고 권하기도 했었지만, 최근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오히려 자기 관리가 안 되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가 건강에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매력적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착각 속에 살아가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담배는 분명 암 및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측면에서 주변 사람에게 불쾌한 인상을 줍니다.


술은 최근까지도 논란이 된 측면이 있습니다. 분명 과도한 음주는 암 발생과 간경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요인입니다. 반명 소량의 음주에 있어서는 말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프랑스 패러독스란 이름으로 한두 잔의 레드와인이 심장병을 예방하는 등 건강에 좋다는 속설까지 있었으니까요. 프랑스 패러독스란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지방 섭취가 많음에도 심혈관질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가 1990년대 초반 널리 알려지면서 그 이유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특히 레드와인의 특정성분이 심혈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미국에서의 와인 판매가 40%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여러 연구를 통해 소량의 레드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의료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프랑스 패러독스라는 것도 2000년을 넘어가면서 프랑스에서 비만인구도 증가하고 심혈관질환의 발생도 증가하면서 실제 있었는지 조차 의문을 가집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심혈관질환의 발생은 계속 늘고 있고  남성 사망원인의 2위, 여성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 프랑스 사람들이 높은 지방식을 먹음에도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보이는 이유로 식생활 습관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에는 레드와인 때문이 아니고, 간식을 먹지 않고 세끼의 식사를 천천히 하는 문화와 다양한 지방식이 포화지방이 아니라 유제품이나 식물성을 포함한 불포화지방을 주로 먹으며, 미국식 탄산음료나 튀김음식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여러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레드와인을 포함한 모든 술은 양에 상관없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현재까지 의학적 결론입니다. 물론 프랑스 입장에서는 와인이 주요 산업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받아들이기 유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현재까지 과학적 사실은 과학적 사실이니까요. 그런 연장선상에서 최근 캐나다의 보건국에서는 음주와 관련해서 종류와 상관없이 한 잔의 술도 몸에 나쁘다는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2잔 미만의 음주는 하는 경우에도 괜찮다 정도가 아니라 낮은 위험성을 가진다고 제시하고 금주를 할 때만 건강한 상태라고 이야기하죠. 사실 최근까지도 미국이나 유럽의학단체에서 설령 암 경험자라 하더라도 남성의 경우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까지의 음주는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안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결과는 암이든 암이 아닌 든 상관없이 1잔 술도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담배도 그렇고 음주도 그렇고 사회문화적인 영향에 따라 그 허용정도가 다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명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사회문화적으로 허용하는 상황이라면 대인관계 등에 있어서 그런 문화에서 소외되는 것이 오히려 정서적이 부담으로 작용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내가 가진 문화권 내에서 담배든 술이든 물질로 인한 악영향과 내가 그런 문화를 함께 누리지 못할 때 정서적으로 겪게 되는 악영향 사이에서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 사회문화적으로 더 이상 담배를 받아들여주지 않고 있고, 반면 술은 조금 더 융통성을 가지는 측면은 있어왔습니다. 거기에 적당량의 술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이야기는 술에 대한 인식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캐나다의 이번 정책은 그런 여러 상황을 반영한 측면이 있고 정부에서 사회문화적 방향을 정책을 통해 바람직한 측면으로 이끌고 가려는 것이겠지요.


암이든, 암이 아니든, 술과 담배는 우리 몸에 해롭습니다. 그렇기에 암과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을 멀리해야 합니다. 이건 담배의 종류(전자담배 포함)와 술의 종류(레드와인 포함)와도 상관없이 동일합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조심스럽습니다. 분명 문화적인 영역을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때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우리의 정서적인 정상반응입니다. 그걸 다 억누르는 것도 불가능하고 괜히 하고 나서 죄책감을 가지는 건 더 곤란합니다. 의사라고 해서 꼰대 이야기만 할 수도 없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상황을 나누기 위해서 적정량의 술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답답하고 힘겨울 때 한 모금의 담배가 절실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기억했으면 하는 건 술이든 담배는 어떤 형태로든 결국 우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이죠.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측면도 보다 건강하게 바뀌었으면 합니다. 담배는 상당히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술 문화는 건강하지 못한 측면이 많죠. 특히 동일한 양의 음주를 다 같이 하려는 집단 음주 문화는 원치 않는 술을 강요하여 마시게끔 하는 악습입니다. 술을 마신다면 각자 가기가 원하는 술을 자기가 원하는 양만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술도 무알콜이나 저알콜 등으로 다양한 종류의 선택지가 있어서 각자 자기 상황에 맞게 자기 술을 골라서 적당히 조절해서 함께 즐기는 문화도 충분히 즐거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술이나 담배와 같은 물질이 아니라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함께 나누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간혹 연세가 있는 암 경험자를 만나다 보면 암이 완치된 것도 아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나 술이 삶에서 유일한 즐거움이고 위안이어서 이거 없이는 못 산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몸, 살아 있는 중에라도 편안하게 지내다 가고 싶다고까지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답답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가족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술과 담배에 중독된 거죠. 어떻게 삶의 즐거움과 위안이 술, 담배밖에 없겠습니까. 만약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이건 암치료를 떠나서 정신과적으로 심한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철학적으로는 이제껏 살아온 자기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 역시 암이 있든, 암이 없든 말이죠. 




https://www.dovepress.com/estimating-the-future-burden-of-myocardial-infarction-in-france-until--peer-reviewed-fulltext-article-CLEP


https://www.nytimes.com/2023/01/18/world/americas/canada-alcohol-health-guidelines.html


https://ccsa.ca/canadas-guidance-alcohol-and-health


https://www.cancer.org/healthy/cancer-causes/diet-physical-activity/alcohol-use-and-cancer.html


https://www.cancer.org/healthy/stay-away-from-tobacco/health-risks-of-tobacco/health-risks-of-smoking-tobacc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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