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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Jul 04. 2021

법화(법정화폐, Legal Tender)란?

최근 중미의 가장 작은 나라인 엘살바도르에서 BTC를 "법화(법정화폐, Legal Tender)"로 인정했다. 엘살바도르에서 법화가 된 BTC는 어떤 지위를 얻게 된 것인지, 그렇다면 화폐와 법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자.


우선 화폐(Money, 돈)는 "지급수단"이다. 즉, "최종결제수단"으로서 지불을 마친 후에는, 모든 의무가 종결되는 수단을 의미한다. 먼 과거에는 조개(카우리)가 화폐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후 금화, 은화와 같은 상품(commodity)이 화폐로 사용되었다. 현대의 감옥 안에서는 여전히 라면, 담배, 편지봉투 등이 화폐로서 사용되고 있다.


화폐와 구별되는 '법화'의 특별한 지위는 달러에 표시되어 있는 문장에서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영국은행(Bank of England)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법정화폐에 대해 기술해 놓았다.

https://www.bankofengland.co.uk/knowledgebank/what-is-legal-tender


영국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법정화폐로 지불하려 한다고 해서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점 주인에게 껌 한 통을 사려는 이가 50파운드 지폐로 지불하려는 경우, 이는 거절될 수 있다. 합법적으로 말이다.


법정화폐는 좁은 기술적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 빚(debt)을 법정화폐로 전부 갚겠다(fully pay off)고 했을 때, 이에 대해서 고소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미국 달러 지폐에도 쓰여 있는 문장과 같은 의미이다.

"THIS NOTE IS LEGAL TENDER FOR ALL DEBTS, PUBLIC AND PRIVATE"


누군가 물건을 사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거래의 완료도 아니고, 그가 상점 주인에게 빚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점 주인은 법정화폐로 지급하는 것을 거절할 수 있다. 물론 이 때문에 상점 주인은 잠재적인 고객들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상점에 계좌를 만들어 두고, 신용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부채(빚, debt)가 쌓인다. 이 경우, 나는 부채 청산을 위해서 법정화폐로 전부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상점 주인이 막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오직 "신용"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법정화폐"가 아닌 다른 지급수단을 사용하려 했을 때, 고소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BTC가 법정화폐로 인정받았단 의미는 모든 지급수단을 BTC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점 주인은 지급수단에 대해 언제든 거절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래에 대한 지급수단은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단지, 누군가 빚을 청산하려 할 때, 이를 BTC로 지불 가능하며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부채가 달러로 계산되어 있는 상태에서, BTC의 달러 대비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클 때, 그 기준을 어떻게 확정하고 청산을 하게 될지 의문이다.


"법정통화"란 무엇일까?

법정화폐와 법정통화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화폐와 통화를 우선 구분할 필요가 있다.


- "통화(‘通貨; Money in Circulation, Currency)": 한 시점에, 그 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일정한 집단 내의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를 의미한다.

- "통화량(通貨量; Quantity of Money in Circulation)": 한 시점의 비은행민간이 보유한 화폐의 총량을 의미한다.

- "비은행민간(non-bank public)": 가계, 비은행 금융기관(증권사, 보험사, …), 비은행 기업(대부분 민간기업)을 통칭한다. "중앙은행, 은행, 정부 등"는 제외된다.

참고: 배선영, 금융경제학원론(2019)


통화는 누가 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법정통화는 비은행민간(non-bank public)이 보유하고 있는 법정화폐로 설명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법정화폐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법정화폐와 법정통화는 구별 없이 사용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용어의 정의에서만큼은 명확함이 중요하므로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에 대한 글과 얘기들을 살펴보면, 얄팍한 지식과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어마어마한 일들이 발생될 것으로 포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종종 발견한다. 그렇지만, 각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따져 살펴보면, 그러한 것들이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더욱이 돈(화폐)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은 너무나도 상이한 얘기들이 많아,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명확한 학문적 기준점을 제시해 주고 계신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배선영"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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