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지둥 직원과 거리두기
자기 일은 자기가 찾아서 합시다
최근 일주일 동안 허둥지둥 일하는 샘 때문에
한동안 난처했다.
나와 입사시기가 비슷한 간호조무사샘이 있다.
50대의 연배가 있으신 분이다.
엄마생각에 잘 대하고 잘 지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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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설명을 해줘도 자기 생각대로 일했다.
한 선배가 허둥지둥샘께 창고정리할 때
물품의 유통기한도 있고, 물품이 손상될까 봐
반씩만 채우라고 설명해 줬는데도 계속 꽉꽉 채웠다.
그러다 한 날은 그 설명을 해줬던 선배에게 또 물었다.
창고 꽉꽉 채우면 안 되겠냐고 말이다. 그 선배가 그 일에 대해 앞전에 이미 수차례 설명해 줬음에도 말이다.
그 허둥지둥샘의 다른 특징 하나는 실수한 걸 알려주면, 듣기보다는 자기변명과 잡담을 늘어놓으며 삼천포로 빠진다는 것이다.
허둥지둥샘이 내가 잡일을 할 때마다 따라오거나, 자기 혼자서 해도 되는 일에 막내샘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선배가 잡일을 나눠서 각자 하라고 했는데 그 말을 또 안 들었다....
내가 오죽했으면 "선생님 이거는 저 혼자서 해도 돼요. 다른 거 하세요."라고 말도 했건만 기어코 붙어서 일하다가 또 혼났다.
(혼난다는 의미가 고함을 치는 게 아니라,
잘못한 일을 알려준다는 의미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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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왜 그럴까 나름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일의 흐름을 몰라서 그러는가 싶어 업무매뉴얼을 주고 1부터 10까지 읽고 설명해 줬다.
듣지도 않고 또 잡담을 나누듯 말을 꺼내길래
"선생님 일단 들어요."라고 말하며 설명했다.
듣든지 아니 듣든지 그냥 쭉 설명했다.
그 사람 붙잡고 설명할 만큼 시간이 넉넉한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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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일 손이 부족해 바쁜 날에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지쳐있던 날이었다. 자꾸 불러다가 이 일 저 일 늘 해오던 일에 대해 묻길래 내가 스트레스받아 뻥 터져버렸다.
"매뉴얼 좀 보고 하세요. 제발."이라고 말했다.
제. 발.
그때부터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같이 잘해보자고 내가 줬던 가이드가
그 사람에게는 독이 된 것 같았다.
스스로 일해야 하는데
자꾸 의지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며 배우는 건데,
허둥지둥샘이 실수하지 않도록 내가 간섭하며
과잉보호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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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이라는 말을 한 다음날,
나는 그 사람이 매뉴얼을 보고 일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또 잡담하듯이 다가오기에 피해버렸다.
"(키득키득) 샘, 내가 어제 제발이라는 말 계속 생각났는데"
못 들은 척 내 할 일을 하러 갔다.
저렇게 말의 포문을 여는 거 보니 사태파악이 안 된 것 같았다. 말을 못 알아들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거리를 두며 내 일을 했고, 또 다가와서 같이 일하려고 하면 매뉴얼 보고 찾아서 하시라며 돌려보냈다. 평소에 살짝 쉬며 나누던 잡담도 하지 않았다.
오늘이 거리두기 이틀째였다. 거리 두기를 하니 뭔가 잘못된 걸 느꼈는지 스스로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오늘 또 내가 신규샘 트레이닝 하며 일하고 있는데
또 옆에 와서 있기에 "선생님 이거 하나에 이렇게 다 붙어있으면 혼나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약간 욱하듯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기에 "일을 찾아 하시던지 쉬세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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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장에 그 매뉴얼이 있는 이유가 있다.
매뉴얼 좀 보고 일하자....
선배가 그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 줄 수 없는 상황도 많다.
그 이유를 알려면 묻는 건 나중에 묻더라도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고 얘기하자.
자기 생각대로 일하는 사람은 고집이 세다.
상대하기 피곤한 스타일이다.
말이 안 통하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직장은 직장이다. 친구를 사귀는 곳이 아니다.
스몰토크야 갑갑한 직장생활에 약간의 환기가 될 수 있지만,
긴긴 잡담을 진득이 나누는 곳이 아니다.
허둥지둥샘이 일에 적응하는 동안
당분간은 거리 두기가 계속될 것 같다.
나도 신규 때 허둥지둥했듯이 그 샘도 그 시기를 겪고 있는 거라는 생각에 마음은 쓰이지만, 거리 두기가 정신 차리고 업무에 집중하기에는 효과적인 것 같다.
서로 손이 무르익어 그때는 지금보다 더
호흡이 맞고 잡담도 맘 편히 나눌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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