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생각의 전환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 월급 한 푼도 안 쓰고 10년 동안 모아도 서울에 집 한 채 살기 힘들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들은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오늘은 월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월급에 100% 만족하면서 다니는 사람보다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특수 대학교를 졸업하고 항해사로 근무하면서 또래 친구들보다 많은 연봉을 어린 나이에 받았다. 연봉을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밖에 없다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줄도 몰랐고, 돈을 모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몰랐었다. 배를 타면 돈을 쓸 수가 없는 환경이기에 6-7개월 배를 타고 내리면 몇 천만 원의 돈이 차곡차곡 통장에 쌓여 있었다. 육상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친구가 월급으로 특별한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먹을 거 먹고 데이트하고 남는 게 없다고 이야기할 때면 사실 공감이 되지 않았었다. 항해사를 그만두고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월급을 받아서 의미 있는 묵 돈을 모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항해사를 그만두고 올해 회사 생활을 한 지 5년 차가 되어간다. 월급은 배를 탈 때보다 적게 받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나랑 잘 맞고, 일에서 성취감도 느꼈기에 즐겁고 열정적으로 회사생활을 해왔던 것 같다.
월급에서 주는 만족감은 거의 없어졌지만, 일에서 오는 만족감은 컸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일에서 오는 만족감과 별개로 '월급이 지금보다 더 높으면 훨씬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월급은 크게 변하지 않는 걸 보면서 '앞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 월급이 극적으로 높아질 일은 없겠구나'라는 현실 인식을 하게 된 것 같다.
부장님들이 받는 월급이 내 10년 후의 월급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처럼 내 일에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원하는 삶을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의 월급 시스템으로 이룰 수 있겠는가?
스스로에게 물었고 내 답은 '절대 아님'이다. 나는 일에서 만족감과 즐거움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도 많이 벌고 싶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일에서 얻는 즐거움과 경제적인 보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월급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일에서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과 별개로 월급은 회사와 사회가 개인의 효용가치를 냉정하게 분석한 가격이다. 회사가 나에게 이 정도 월급을 주는 이유는 더 많이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정도 월급으로 할 만한 일을 내가 하고 있고, 이 정도 월급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의 시장 가치 = 내가 받는 월급
내가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이 내가 받는 돈 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그 가치가 어떤 것이 될 것인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이고,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고,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는 생각이 아무 쓸모가 없는 게 그게 현실이고 내 월급으로 나를 대체할 사람이 시장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월급에 대한 불평을 하기 전에 내가 받는 돈보다 내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겠다.
내가 일에서 만들어내는 가치가 어떤 것일지 깊게 고민하고, 그런 가치를 일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 한다.
회사가 우리를 이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내가 회사를 이용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면 회사는 '돈을 받고 일을 배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배운다는 표현은 철저히 나 중심적인 생각에서 온 표현이다.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을 배우며, 내가 만들어내는 일의 가치를 계속 키워나간다면 내가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고 언젠가는 월급의 노예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자유를 이뤄낼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