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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Aug 09. 2024

인생은 다른 시간에 다르게 피어난다

  우리는 나이 먹는 것에 민감해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능력과 자신감도 떨어지고 새로운 도전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젊었을 때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거나, 나이들어서는 뭘 할 수 있겠느냐며 현실에 안주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 성공 하지 못했다고 자책 할 필요는 없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다고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최고의 운명이 있으며, 늦게 꽃피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늦게 피어도 꽃이다


  모두가 똑같을 필요도 없고, 똑같을 수도 없다. 우리 모두가 스티브 잡스가 되기 위해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차고도 없을뿐더러 그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그고 나는 나인 것이다. 그러니 세계 상위 0.001%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그냥 쓸데없는 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비교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성공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리치 칼가아드는 ‘레이트 블루머’에서 우리는 어떤 나이 대에서든 또 삶의 어떤 단계에서든 스스로 꽃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늦게 성공한 레이트 블루머들은 일찍 성공하는 사람들보다 역경과 좌절에 대처하는 능력도 더 뛰어나고, 정서 지능이나 각종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도 뛰어난데, 특히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레이트 블루머들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45세 때 성공한 미국 가수 루신다 윌리엄스, 48세에 재능을 발견한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깜짝스타 수전 보일, 70세에 항공기 기업을 창업한 존트로드, 52세에 헐리우드에서 기회를 잡은 모건 프리먼은 모두 레이트 블루머이다. 샌더스는 40세에 사업실패로 무일푼이 되었다가, 65세에 KFC를 창업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조앤 롤링은 이혼을 했고,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녀가 해리포터를 출간했을 때는 53세였다.



  이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에는 늦게 피는 꽃이 많다. 그러니 자기 회의에 빠질 필요 없다. 너무 늦었다고 한탄할 필요도 없다. 하루하루의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면 언젠간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있는 때가 오는 것이다. 꽃은 나름의 계절이 있다. 봄에 피는 꽃도 있지만, 가을에 피는 꽃도 있다. 심지어 겨울 눈을 뚫고 올라오는 꽃도 있다. 그리고 언제 피어나든 모든 꽃은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코스모스가 민들레보다 못하다고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꼭 하나만 해야 할 필요는 없어


  언제든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생각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야하는 것처럼,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서도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을 벌리면 집중력이 분산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말이다. 이는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인데 사람은 한 번에 하나씩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다시 곱씹어 보면, 한 번에 하나씩만 하라는 의미이지, 무조건 하나의 일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즉, 한번에는 하나씩만 집중하되, 한 가지 일을 끝내면 또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하루에 여러 가지 일을 집중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와카스 아메드는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사람들을 ‘폴리매스’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말그대로 살면서 다양한 일들을 병행한다. 그는 모든 인간들은 폴리매스가 될 가능성을 타고 나는데, 한 가지 분야에 오래 헌신해야 창의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잘못된 전제라고 단언한다. 지도자는 전체를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하고, 지식인은 경계가 없이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세계관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학자, 식물학자, 물리학자, 철학자, 천문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고, 화가, 공학자, 건축가, 철학자, 해부학자, 작가였던 레오라르도 다 빈치가 그랬다. 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자이자 화가, 수학자, 경제학자, 법률가였으며, 괴테는 철학자, 시인, 화가, 법률가, 과학자였다. 나이팅 게일은 간호사, 수학자, 신학자였으며, 슈바이처는 작곡가, 신학자, 의사, 철학자였다.



  하지만 세상은 지속적으로 쪼개지고 전문화 되면서 전체를 지휘하는 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분야의 전문화만이 답이라는 생각 속에 갇혀버렸다.


  그러나 수십 만 년의 세월을 생존해 온 우리의 조상들은 다방면의 문제해결 전문가였다. 그들은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폴리매스였는데, 사냥부터 채집, 집짓기와 각종 물건 제작은 물론 온갖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반면 현대인들은 그들만큼의 생존능력이 없어 졌는데, 자기 분야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마트에 가는 것 말고는 식량을 얻는 방식조차 모른다.


  많은 주장들처럼 우리의 전문화 교육이 아직도 산업화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면, 교육의 결과가 하기 싫은 직업을 얻고 억지로 하며 살아가야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다시 우리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길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폴리매스 조상들의 뇌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이 무너지고 40살에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2막을 위한 준비를 언제든 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꼭 한 가지 일 필요도 없다. 우리도 폴리매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만들고, 공부하면 된다. 세상에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흥미 있는 지식 세계가 무한히 펼쳐져 있다. 독학해도 된다. 수많은 책들과 수많은 강좌들과 나의 열정이 있다면 가능하다. 실제로 역사적 폴리매스들도 대부분 독학으로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도 못할 것이 뭐가 있는가? 요리 유튜버를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쇼핑몰을 운영하고, 운동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선조들의 뇌에서 배워라. 그들은 그렇게 뇌를 사용하여 모든 동물들을 제치고 인간을 지구의 최강자로 만들었다. 그들이 폴리매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폴리매스의 후손이며, 폴리매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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