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찬바람이 불면서 저녁 시간에 유난히 허기가 진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서 그럴까. 오늘처럼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는 날은 더욱 그렇다. 은행잎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따라 바삐 걷다 보면 조그만 마당에 옹기종기 화분마다 꽃을 심어 놓은 헛간처럼 생긴 밥집이 나온다. 학교 앞이라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집이다.
나무문을 열 때 '삐이걱' 소리가 나는 신기한 이 집은 허기진 사람들을 한꺼번에 품는 정겨운 장소이다. 나의 발은 오늘도 이 집을 향해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문을 살며시 연다. 눈이 마주친 이모님께서 눈에 반가움을 가득 담고 맞아주신다.
"어서 오세요. 밖에 쌀쌀하지요?"
"안녕하세요? 조금 쌀쌀해졌네요."
"오늘은 어떤 거 드시겠어요?"
"제육백반 주세요."
나도 밝게 대답하며 세 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나오는 1인용 통나무 식탁 앞에 앉는다.
"거기는 좀 추워요. 여기 위쪽은 좀 따뜻한데......"
"아, 괜찮아요. 시원한 곳 좋아합니다. 갱년기라서 열이 나요."
"아이구, 그건 약도 없는데. 어쩐대요."
우리는 마주 보여 웃는다. 종종 사람을 만나며 일을 하는 나는 혼자서 있는 시간에는 한적한 곳에서 침묵하고 싶다. 갱년기 핑계를 대고 호젓한 자리에 앉는다.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소모된 에너지를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등받이도 없는 통나무 상판 의자에 앉는다. 비가 내려서 인지 오늘 유난히 이 공간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 황토흙과 시래기 말리는 냄새, 쑥이나 약초 등을 엮어서 줄줄이 천정에 매달아 조금씩 말리는 냄새에 습기가 더해진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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