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창작의 공간 2] 30화 완결
창밖으로 멀리 바다가 보이는 통창 앞 책상에 앉아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책상 위에는 자주 뒤적이는 책 몇 권이 이 펼쳐져 있고 따뜻한 차가 담긴 찻잔이 있다. 작은 화분엔 히야신스와 수선화가 아름답게 피고 있고 레몬트리엔 레몬이 주렁주렁 열렸다. 5년이 넘게 키워도 꽃 한 송이 피우지 않던 레몬트리는 볕이 좋은 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꽃이 피고 탐스럽게 열매를 만들어냈다.
마당에는 가마솥을 걸었다.
가마솥에 원두를 볶아서 커피를 마시다니 꿈인가 싶다. 마당을 맨발로 걷는다. 여러 가지 꽃씨를 섞어서 뿌렸더니 이곳저곳에서 예상치 못한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서로 어울려 화엄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밀짚모자를 챙겨서 오전 내내 마당에서 논다. 벗들은 나에게 호미를 선물하고 튤립 구근이나 귀한 모데미풀 같은 야생화를 선물한다. 그런 날은 그 야생화를 마당가에 심어 놓고 며칠 동안 마음이 설레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게 된다. 이슬을 머금은 야생화를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특별한 시간이 있을까?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인데 남편이 낡은 배를 샀다. 뭐 먹고살까 고민하다가 후회만 하는 삶을 살기보다 과감하게 삶의 터전을 바꾸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해가 뜰 무렵 바다에 나가면 수평선 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만난다. 어설픈 솜씨로 우럭이라도 한 마리 잡는 날은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도 모르게 연거푸 나온다.
우리는 아주 작은 황토방을 만들었다. 둘이 들어가면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방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은 몸이 찌뿌둥하다. 이럴 때 우리는 황토방에 숲에 죽은 나무를 모아 불을 지핀다. 한두 시간 핸드폰도 없이 텅 빈 공간에 누워있다 보면 단순한 삶이 마음을 다독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편안할 수가, 아이고 좋다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이 절로 난다. 비가 그치면 마당 한쪽을 위풍당당 차지하며 세를 넓히고 있는 참나리를 연못가로 일부 옮겨놓을 생각이다.
비가 다시 내린다. 비에 젖는 것이 두렵지 않다. 단비에 생기가 가득한 얼굴로 변화하는 꽃과 나무들을 살피는 일이야말로 최고로 우아한 노동이다. 오늘 점심은 뭐 해 먹을까 궁리하다가 산채비빔밥에 취나물 전을 해본다. 어느덧 빗소리 굵어지고 치지직 전이 익는 소리와 빗소리가 주거니 받거니 멋진 연주를 한다.
아끼는 수채화 물감을 꺼내서 마당에 자라는 꽃들과 나무들을 그린다. 요즘은 조금 자신감이 붙어서 재미가 있다. 동화를 본격적으로 쓰고 있는데 가끔 우리 마당의 꽃과 나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아이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처음엔 도시를 떠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충분히 풍요롭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을 골라서 이어가고 있고 몸을 쓰는 마당 가꾸기도 고되지만 훨씬 큰 기쁨을 나에게 선사한다
조금 더 준비한 후 이사하기보다 과감하게 결정하길 잘했다.
살아가는 일에는 순응보다 용기가 더 필요하다는 걸 나는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았다.
붙잡은 절벽에서 손을 놓아도 고민했던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어느 길을 갈 것인지 내가 선택해야 한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당당하게 걸어간다.
집 앞에선 파도 소리가 들리고 뒤뜰과 이어진 숲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가 영롱하다. 나는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있다. 그것도 손수 물들인 천연염색 천으로 만든 것이다. 이제 솜씨가 제법 괜찮아서 가족들에게 선물할 정도가 된다. 배달하는 것들이 줄고 창작하는 것들이 늘어났다.
나의 집은 이제 달콤한 창작의 공간이 되었다.
뒷마당 가득 쪽빛 염색 천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푸른 쪽빛이 하늘빛과 닿았다.
버들가지로 물들인 우아한 붉은빛도 만들어볼 참이다.
창작은 내 삶을 일으키고 내 마음을 맑게 정화한다.
내일도 달콤한 창작의 공간에서 삶이 예술이 되는 창작작업은 지속될 것이다.
햇살이 좋다.
나의 삶은 나의 다양한 창작의 꿈으로 두둥실 풍선이 되었다가
푸른 파도가 되어 일렁인다.
나 이상주의자야? 하고 물었더니
아니 혁명가지. 하고 옆지기가 말했습니다.
달콤한 창작의 공간은 곧 실현될 예정입니다^^
[내 삶을 바꾸는 글쓰기] 브런치북도 계획하고 있어요.
[달콤한 창작의 공간 3]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귀한 걸음으로 와 주신 작가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길 응원합니다!
하루하루 더욱 눈부시기를.
남효정 드림
2026년에도 고요하고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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