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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Apr 26. 2021

비정기간행물: 오늘은 이 노래를

Skin to Skin

오늘은 2021년 4월 26일.


저는 지금 오른쪽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쉐도우 앤 본을 틀어 놓고서, 거실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 소음을 들으며, 책상 아래에 있는 고양이에게 다리 펼 권리를 모두 양도한 채 유튜브에 접속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유튜브로 노래를 찾아 듣는 편이 아닙니다. 다른 건 아니고,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백그라운드 사운드로 틀어 놓을 수 없고 계속 유튜브에 접속해 있어야 한다면 그때부터 저에게 그것은 노래 감상이 아니고 동영상 감상의 영역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방금 말한 두 가지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제 머리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은 괜찮지만, 게시자 또는 창작자가 이미 정해 놓은 동영상의 일부 요소로 노래를 듣는 것은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꽤나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은 노트북으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으므로 유튜브에 들어갑니다. 아, 쉐도우 앤 본은 껐습니다.


Skin to Skin. 검색창에 가수 없이 제목만 입력해도 이 노래가 뜹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DMhip0k6-Q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의 모니카 카리나Monica Karina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데요, 비트메이커는 디파 바루스Dipha Barus로 역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입니다.


올려 놓은 영상은 네 귀퉁이에서 가사가 지나가는 리릭 비디오Lyric Video 형식입니다. 사실 이 노래를 처음 찾아 들었을 때는 저 귀퉁이에 뭐가 지나가는지는 신경도 안 썼습니다. 노래를 틀자마자 탭을 내려 놓고서 할 일에 집중했었으니까요. 여기저기 이 노래를 추천해 주려고 유튜브 링크를 복사하러 들어가다 보니 그제서야 발견한 겁니다. 여기까지 쓰니 벌써 완곡을 한 번 다 들었네요.


Te Amo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모니카 카리나의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Take two for the tango라는 가사에서는 Abir의 Tango라는 곡도 떠오르고요. 그래서 저는 대부분 이 곡을 다섯 번 정도 들은 뒤에 저 노래를 들으러 떠납니다. 이제는 루틴이 되었네요.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노래는 한 번만 듣기에는 너무 아쉽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한 번 듣고 보면 노래가 너무 짧고 그래서 열 번 좀 못 되게 반복해서 듣다 보면 불현듯 '아니 내가 왜 이 노래를 아직도 듣고 있지?' 하게 됩니다. 반복적이고 중독성 있는 비트도 한몫하지만 (한 몫 하지만이 올바른 띄어쓰기인 줄 알았는데 한몫하다가 올바른 띄어쓰기라고 합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알았습니다.) 모니카 카리나의 목소리가 압권이죠. 저는 세 번째 반복 중입니다.


정오가 되기 직전에 듣는 로맨스 가득 사랑 노래는 어쩐지 독특한 감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맨스가 피어오르기에는 꽤 퍽퍽한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손가락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주는 것도 역시 로맨스의 힘이겠지요. 앞뒤 걱정 없이 당신에게 빠져 사랑을 만끽하고 싶다고 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냉소가 지어지기보다 무궁한 지지를 보내게 됩니다. 사랑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저 용기 있는 일을 직접 나서서 하겠다는 사람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보다 좀스러운 일은 없으니 말입니다.


다섯 번이 머지 않았네요. 저는 네 번째 반복의 2분 지점을 지나는 중입니다. 글은 이쯤 마치고, 저는 다섯 번을 채운 뒤 다음 곡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들어 보세요. 모니카 카리나 보컬, 디파 바루스 비트의 스킨 투 스킨입니다.




본 시리즈의 저자는 많은 노래를 넓고 얕게 좋아합니다. 취향의 스펙트럼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스스로 좋아하는 걸 찾아 듣고 또 가끔 이렇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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