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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야 Nov 09. 2023

구름 한 점 없는 날, 너희들을 바라보며

오늘은 유난히 구름 한 점 없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반 학생은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 이쁘다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이다. 맑은 하늘로 인해 본인의 기분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아차 싶었다! 내가 언제 하늘을 바라봤더라? 나는 언제 기분이 좋고 행복했더라? 오랫동안 그 기분을 잊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도 휴대폰을 보고, 버스를 탈 때도 버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지도를 보기 바빴다. 그렇다. 오랫동안 고개를 숙여 모바일 속 화면에 살았다. 모바일 속 잘나고 예쁜 사람들을 보며 괜스레 비교하면서 자책하기도 하고 나에게 괜한 채찍질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우리 반 학생의 한마디로 하늘을 올려다보게 한 것이다. 아, 이런 순수함이 참 좋다. 마치 나 역시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2년 동안 함께 한 우리 반 아이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다음 주면 수능이 치러지고 나면 곧 졸업식이다. 첫 학교에서 처음 만났던 아이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두 번 보내고 나니 이별이 벌써 목전에 놓여있다. 화창한 봄에는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고 운동장으로 나가 중국 문화 체험을 하기도 했고, 여름에는 더위를 식힐 겸 시원한 밀크티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덤으로 중국어 표현까지 익히는 건 당연한 것! (마냥 놀지 만은 않았다는 괜한 변명이랄까? 하하,,) 가을에는 추석이 있어 중국의 중추절에 먹는 월병을 만들어 먹기도 했고, 겨울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1년 동안 수업 시간에 열심히 모은 도장으로 마켓을 열어 간식을 체험하고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번을 보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은 있을 것이다. '나 이 선생님 좋아, 이 선생님 별로야!'와 같은 생각을 해 본 적 말이다. 아이들이 커서 '그때 그 중국어 선생님 참 좋았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것이 곧 나의 목표였기도 하고 물론 올바른 지식을 가르쳐야 할 의무도 있지만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구름 한 점 없고 파란 하늘처럼 순수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내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세찬 바람이 불어 낙엽이 내 얼굴을 강타할 수도 있고 겨울이 다가와 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어려울 때도 있겠지. 그럼에도 결국은 따뜻한 봄이 다시 찾아오듯 입시로 많은 시련도 겪고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겠지만, 곧 너에게도 화창하고 맑은 봄이 찾아올 것이다. 앞으로 내딛을 사회에서 물론 고난과 역경이 있겠지만, 맑은 하늘을 보며 덩실덩실 춤추고 순수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사실 이 말은 곧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와의 비교 속에 사로 잡혀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잘하고 싶은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아 자책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겠지만 또 맑은 하늘을 올려보며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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