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홀로 집에'를 통해 본 1인 가구
설 명절 연휴가 얼마 전 지났습니다. 다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명절 연휴 잘 쉬셨는지요? 이 기간은 보통 많은 이들이 귀성길을 떠나고 떨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기간이지요. 오랜만에 모여서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눕니다. 물론 밀린 싸움과 꾸중도 나눠야지요. 그렇게 복작복작하게 며칠 지내고나면, 쉬었어도 쉰 것 같지 않은 몸 상태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갈 겁니다. 이런 명절이 달갑지 않은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가족끼리의 불화라던가, 독박 집안일로 겪는 명절 증후군이라던가, 모이니 더 개구쟁이가 되는 악동들 등등 다양한 이유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명절이 달갑지 않은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한 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무료함입니다. 얼굴 본 지 처음 몇 시간이야 밀린 이야기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지만, 어느 순간부터 심심함을 참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나가자니 눈치가 보이고, 막상 나가도 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철 지난 가족영화가 한창인 TV앞에 모이게 되지요. 오늘은 그런 가족영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나홀로 집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나홀로 집에』의 원 제목은 『Home Alone』이고 1990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맥컬리 컬킨이 주인공 케빈을 맡아 열연했지요.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친척들과 다 같이 파리로 여행을 가려던 케빈과 가족들은 한 집에 모여 여행준비를 하고 있었죠. 케빈은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에 짐 싸는 법을 물어보지만 무시당하고, 자기 피자를 다 먹어버리고 놀리는 형 때문에 어른들께 혼나게 됩니다. 서러운 우리의 케빈. 가족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게 되지요. 그리고 다음날 그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가족들이 밤새 증발해버린 듯 온데간데없는 것이죠. 가족들이 케빈이 빠진 것도 모르고 파리 여행을 가버렸던 거죠. 케빈은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뛸 듯이 기뻐합니다. 기쁨도 잠시, 곧 케빈을 덮쳐오는 어려움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줄거리를 보니 가족영화인데 가족이 없습니다. 가족들이 다 같이 보는 걸 노리고 만든 영화라서 가족영화일까요. 그런데 저 케빈이 처한 상황.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일 때문에, 공부 때문에 아니면 앞서 말한 명절이 불편한 이유가 싫어서 귀성하지 않고 혼자 집에 남아있는 사람들. 1인 가구인 사람이 명절에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케빈이 혼자 집에 남게 되자 무한한 자유를 누리듯이 혼자 사는 사람은 솔로 라이프를 신나게 즐깁니다. 요새 『나혼자산다』라는 프로그램처럼 1인 가구의 삶은 사회적으로 잘 포장되어 즐겁고 자유로운 삶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1인 가구는 나홀로 집에의 케빈처럼 여러 가지 위협을 겪게 됩니다.
1인 가구는 생각보다 많이 위험합니다.
케빈을 가장 먼저 덮친 위협은 바로 외부로부터의 위협이었습니다. 먼저 케빈의 앞집에 사는 말리 할아버지에 대한 소문이 케빈을 두렵게 했죠. 형이 놀리면서 이야기해줬던, 말리 할아버지가 자기 가족을 살인해 암매장한 살인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게다가 이 동네를 배회하는 수상한 사람에게 미행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수상한 사람이 마침내 도둑이 되어 케빈이 살고 있는 집을 침범하기까지 합니다. 도둑들이 이 집에 침범하기로 모의하는 장면을 엿들은 케빈은 공포심에 엄마를 나지막이 찾기도 하죠.
이런 영화의 장면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이 현실에서도 일어납니다.
작년 5월 경 일어났던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혼자서 거주하는 여성의 뒤를 쫓아 거주지에 침입하려 했던 무서운 사건이지요. 이 사건으로 1인 가구, 특히 혼자 사는 여성 가구에 가해지는 위협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 사회에 알려졌지요. 그러나 이러한 경각심을 불러왔음에도,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이 셀 수 없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일명 침입 범죄는 보통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많이 저질러지지만, 남성 1인 가구도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성폭력과 같은 흉악 범죄 외에도 절도 등 다른 범죄에 1인 가구는 굉장히 취약한 상태입니다.
이런 위협에 더해서 케빈이 앞집 말리 할아버지를 무서워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웃을 무서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층간 소음과 여러 거주지 갈등으로 우리는 이웃과 소원하다 못해 이를 가는 사이가 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런 원한과 갈등이 없는 관계여도 이웃이 가해자가 되는 사례는 넘치고 넘칩니다. 이러한 이웃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영화 ‘이웃사람’이나 만화 원작의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가 사회에서 얻은 인기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웃에 대한 공포가 큰 공감을 얻고 있는 보편적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외부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위협이 있습니다. 바로 내부의 위협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볼까요. 케빈이 도둑의 침입에 대응하고 이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영화를 견인해가는 메인 사건입니다. 하지만 케빈이 마주하는 위협은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케빈을 덮치는 위협은 바로 외로움입니다. 물론 케빈은 가족이 사라지는 그 순간부터 희희낙락하기 그지없죠. 그러나 케빈을 덮쳐오는 외로움은 소리 없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케빈이 다가 온 외로움을 깨닫는 첫 순간은 바로 엄마가 보지 못하게 했던 마피아 영화를 봤을 때인데요. 이 때 케빈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옆에 와 줄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영화에서야 잠깐 무서운 것으로 끝났지만 현실에서 이 내부의 위협은 더 무섭게 나타납니다.
1인 가구에게 다가올 수 있는 최후이자 최악의 결말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바로 고독사입니다. 고독사는 원래 ‘홀로 사는 사람이 홀로 죽음을 맞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러한 정의에 맞게 한동안 고독사는 독거 노인이나 무연고자가 주를 이루었지요. 홀로 방치된 자가 질병 등으로 사망하고 나중에야 시취 등의 사유로 발견되는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다수 등장하고 이러한 등장이 성장세로 돌아서자 새로운 형태의 고독사가 늘어났지요.
바로 단절에 의한 고독사였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고독사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청‧장년층 등도 포함된다는 뜻이죠. 경기 침체와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나며, 환경에 의해 단절된 사람들이 자살 등 홀로 죽어가는 고독사가 늘고 있죠. 또한 우을증 등의 정신병이나 기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고독하게 죽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 중 ‘자살 당한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자살이 유일한 선택지처럼 느껴지는 현 사회상을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인 가구에게 이러한 위협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이에 대응한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현실은 고독사에 대한 공식 통계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내‧외부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영화를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영화가 마무리되는 장면을 살펴볼까요. 집 곳곳에 마련한 함정으로 도둑에 대처하는 케빈. 그러나 곧 한계를 맞이하고 도둑에 잡혀 위기상황에 처합니다. 여기서 영웅처럼 등장하는 이가 한 명 있는데요. 바로 말리 할아버지 입니다. 말리 할아버지는 눈 치우는 삽으로 도둑들을 멋지게 때려눕히고 케빈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케빈이 다시 크리스마스 소원을 빌죠.
“가족을 다시 되돌려주세요.”
그렇게 다시 찾은 가족과 포옹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는 것이 영화의 결말입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우리 현실의 1인 가구가 위협에 대처할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간의 관계망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웃과 갈등이 있고, 두려움이 있고, 믿지 못합니다. 또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관계를 단절당하기도 하지요. 개인으로는 이렇게 어려움과 한계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주변의 어려움을 모른척하지 않고, 무뚝뚝한 이에게 먼저 웃음과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달라지겠죠. 사회가 나서서 주변 사람을 돌아보고 계속 접촉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1인 가구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해피엔딩이 분명 있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