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쯤은 비가 올법한데도 불구하고 밖에 나가면 화창한 날씨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내일은 폭우가 온다는 것이다. 마지막 날인데....... 그래도 비가 와서 선선한 게 낫지 하며 조원들끼리 위로의 말을 건넸다. 드디어 당일이 되었다. 긴장을 하고 밖으로 나섰는데 비가 그치고 날씨도 선선하니 딱 좋았다. 호텔에서 로마 시내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9시 30분에 맞춰서 나갔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버스가 도착할 생각을 하지 않아 로비에 물어보니 조금 더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30분이 넘어서도 도착하지 않았고 1시간이 되어서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우리는 콜로세움 통합 권을 미리 구매하였기에 오전 11시까지 콜로세움에 도착해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버를 타고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다행히 시간 맞춰서 내렸고 30분 정도 왔을 때의 요금은 한 사람당 6유로의 금액이 들었다. 총 7명이 탔으니 42유로, 5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역시 유럽 물가 비싸다. 그렇게 콜로세움으로 걸어갔고 성수기라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성수기에는 반드시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매하기를 바란다.) 통합 권을 미리 구매하였기에 기다리지 않고 내부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콜로세움 통합 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콜로세움/포로 로마노/필 라티노 언덕 세 군데를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며 가격은 14유로 정도 한다. 드디어 콜로세움 입성! 이탈리아 로마의 중심지에 위치한 고대 로마 시대에 건설된 투기장이다.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극장이다. 5만에서 8만까지 수용할 수 있었고 매우 효율적으로 지어져 현대의 경기장 마냥 입/퇴장 게이트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입장료가 없는 건 물론이고 관객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과 포도주까지 공짜였다. 지금의 3S 정책과 유사하여 로마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불만을 억제하려 콜로세움에 시선을 돌리려고 운영에 집중했다고 한다. 검투사들이 서로 죽이는 대결을 하기도 하며 맹수들을 싸움에 붙이기도 했다. 서커스 같은 공연도 했다고 하는데 필자가 경악했던 사건은 미소녀 또는 미소년들이 관중들 앞에서 동물들과 수간하는 수간 쇼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잔인한 역사의 장소, 한복판에 서있는 나는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두 눈으로 보고 있다. 콜로세움에서 일어난 역사를 하나씩 꼬집어보면 차마 입으로 전할 수 없는 잔인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도덕이라는 것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말이다. 욕구의 집합소,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건축물이지만 한 국가의 지배자가 사람(노예)을 권력에 의해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망하기 짝이 없다. 공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콜로세움의 위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나 이곳의 역사를 보로라면 차마 멋있다고 말할 수가 없겠다.
그렇게 콜로세움 구경을 마치고 흩어진 조원들을 만나러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앞으로 갔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정치적인 적들을 무찌르고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것이다. 다른 개선문의 모델이 된 것이기도 하다.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몇 장 사진을 찍고 나서 포로 로마노로 갔다.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으로 로마 제국 시대에 로마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던 중심지였다. 거의 원형을 잃어버린 잔해들이기에 기둥이나 집터만 남아있는 건물들이 많다. 티투스의 개선문, 막센티우스의 바실리카, 로물루스 신전 등 볼거리가 풍부했으나 로마 제국시대를 깊이 있게 알지 못하여 둘러보고만 나왔다. 이때 당시의 역사를 알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추억이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로마의 휴일>에 나와 유명해진 진실의 입을 구경하러 갔다. 하수도 뚜껑으로 사용되던 것을 벽에 걸어놓은 것인데 이것을 보기 위해 긴 줄을 기다려야 한다. 비까지 내렸기에 추적추적 맞으며 기다렸으나 조원들과 이야기하면서 기다리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혼자이면 많은 것을 보고 느끼지만 함께일 때는 그 순간이 즐거움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함께하는 여행은 서서히 끝나간다. 마지막 일정인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동전을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진다. 필자는 이런 말이 있어도 하지 않는 편이지만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정을 끝내고 오늘도 젤라토를 먹으러 갔다. 망고, 커피, 티라미수 3개의 맛을 먹으며 달달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로마 시내에서 호텔까지도 픽업 서비스를 하여 해당 장소로 가는 길에 스페인 광장과 콘도티 거리를 구경하였다. 알차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호텔에 도착해 친한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위탁 수하물에 술은 2L 이상 반입이 되지 않아 사람들은 들고 갈 수 없는 술을 다 풀었다. 필자도 부르고뉴 와인 하나를 땄고 다른 친구는 토스카나 와인, 또 다른 친구는 온갖 종류의 보드카를 까며 마지막 날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다음날 숙취로 고생했다는 후문이 들리지만 그래도 다들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우리들의 밤은 그렇게 저물었고 나의 여행도 끝이 났다.
초반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기에 맞춰가는 시간이 힘들었고 그 시간만큼 여행의 즐거움도 사라져 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알고 맞춰가는 시간도 늘어갔다.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정으로 인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간에 비해 우리의 정은 깊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 이들과 연이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사람일은 한 치 앞을 모르니 단언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들 덕분에 한 명의 시점이 아닌 6명의 시점으로 바라본 다채로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후회 없는 여행이었고 모두에게 고마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