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끝내고 나서 가장 아쉬운 한 가지는 공부이다. 그 나라에 대한 공부를 깊이 있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여행 후기를 보다 보면 대부분 역사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하는데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해당 국가에 관한 책과 방송을 보고 대략적인 조사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 공부한 지식으로는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에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알쓸신잡 패널과 같이 똑똑한 사람들이 여행할 때는 보이는 것이 많으니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같이 간 사람들의 영향도 크다. 어떤 이와 함께 했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분위기가 달라지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즐거움의 차이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여행지의 의미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유럽여행을 가기 전 설레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왜 이렇게 기대가 되지 않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영문을 알지 못했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곳을 잘 몰랐기에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방송으로 유럽 여행지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역사와 책을 보며 얻은 지식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합해도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미켈란젤로라는 인물을 사랑했다면? 아마 그분이 살았던 곳에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설레는 일이 될 것이다. 갔다 오고 나서도 그 기억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글을 쓰며 기록을 남기려 애썼을 것이다.
유명한 인물을 알아도 좋아하지 않았기에 유명한 나라는 알아도 관심은 없었기에 필자의 여행은 무미건조했는지도 모른다. 여행하다 쓴 글을 읽어보면 감동받았던 순간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망각의 동물로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애써 글을 쓰려고 꾸며낸 감정일 수도 있고 아직 제대로 느끼지 못한 감정을 그대로 토해낸 것일 수도 있다. 글이 생각보다 앞서갈 때가 있으며 생각을 속이며 글을 꾸며낼 때도 있다. 그래도 일말의 진심은 있다.
아직도 유럽여행이 내게 준 의미와 감정은 잘 바라봐지지 않는다. 일상을 살아가다 우연히 그 변화를 발견할 수도 있고 영영 의미도 모른 채 먼지 쌓인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게 안 것은 있다. 이 글은 여행의 마무리를 고하지만 필자에게는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짜 내가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짧은 여행과 생애에서 과거의 영혼을 느끼며 현재의 이들에게 생동감 있는 삶의 에너지를 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내딛는 그곳을 알고 공부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공부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한 여행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바로 ‘배움’이다. 돈과 시간 그리고 배움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행을 끝난 후에 끄적이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하는 말인 것 같다. 다음 여행은 가벼운 마음으로 행선지를 정하지 않을 것이다. 의무적으로 한 번은 가봐야 하는 유럽이 아니라 이 나라를 사랑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으면 한다. 다음 필자의 여행에 기대와 설렘이 공존하기를 바라며 여행다운 여행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