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의 서막
이 여사에게는 딸이 넷이다. 스물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 이 여사의 출산은 스물에 시작하여 스물여덟에 끝났다.
이 여사는 어느새 70대 노인이 되었고, 여느 70대 노인들보다 젊어 보이고 건강하다.
이 여사의 건강비결은 ‘화투’다.
나는 어릴 때, 화투의 룰을 배워 본 적은 없으나 화투를 칠 줄 안다.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에 한글은 완벽하지 않았으나 돈 계산은 할 줄 알았다.
지겹도록 엄마의 소울 놀이인 “화투”를 관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엄마가 집에 없거나, 엄마를 찾는 화난 아빠의 호령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엄마를 동네 [화투] 놀이장에서 찾아왔다.
엄마를 빨리 집으로 복귀시켜야 하는 딸의 간곡함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몇 번의 게임이 돌 때까지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
어린 딸이 지결 울까 그 엄마는 회계를 담당하게 하였다. 분명, 엄마를 데리러 왔는데 엄마의 경리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린 딸은 화투를 배웠고, 돈을 알았다.
이 여사의 큰 그림이었던 것일까?
바야흐로,
네 딸은 서로 의사소통이 완벽해진 어느 해부터 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화투를 칠 때, 네 명은 정말 완벽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은 광 값을 벌고, 두 사람은 옥신각신 광 값을 지불하기 싫어서 “이번엔 네가 죽지”, “아까 내가 죽었잖아” 라며 텐션을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처음 화투를 시작할 때는 시간제한을 뒀다. 물론 그 시간제한은 통제의 수단이었지만, 물욕은 언제나 시간을 더 강하게 통제하는 법이었다.
재미로 시작했던 게임은 각자의 욕망을 채우거나 포기하면서 끝이 났다.
밤 10시쯤 시작했던 게임이 새벽을 맞이하는 일은 허다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네 자매의 주식 투자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녀들이 화투에서 보이던 성향이 주식 투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