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로 본 네 자매의 투자 성향
화투를 칠 때는 돈이 걸려 있어야 현장이 뜨거워지는 법이다.
네 자매는 아주 어릴 때부터 “돈” 없이 화투 치는 일은 없었다.
점 10원에서 시작된 게임은, 점 100원, 점 500원까지도 간 적이 있다.
점 10원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몇 백 원만 잃어도 속이 끓고, 잠이 오지 않는다. 그나마 순수할 때였다.
점 10원은 아무리 열심히 쳐도, 밤새도록 쳐도 1000원 벌기가 너무 힘들었다.
10원이라는 돈이 비록 작았지만, 네 자매는 돈에 있어서는 늘 진심이었다.
점 100원으로 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이 잃은 자는 더 큰 한방을 노리는 법이다. 잃은 것을 회복하고자 고위험을 감수하고 제한을 한다.
“점 500원으로 하고, 시간 약속을 꼭 지켜 끝내자.”
잃기야 하겠지만, 다 잃는 자가 내가 될 일 없겠지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며 달콤한 유혹을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주식도 처음에는 잘 모르니 조금만 넣어서 해 본다.
10만 원으로 시작하기도 하고, 100만 원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다 투자금이 점점 불어나는 경험은 누구나 할 것이다.
운 좋게 돈을 좀 벌면, 더 과감해지고, 내가 진정 “주식의 고수”라는 맥락 없는 긍정으로 자신감이 뿜 뿜 올라간다.
어느 날, 네 자매는 화기애애하게 웃기도 하고 즐겁게 화투를 쳤다.
첫째 언니가 제일 먼저 목소리 딱-깔고 말한다.
“지금 10시다. 오늘은 반드시 12시에 끝내는 거다. 잃었다고 더 하자고 하거나 보채기 없기다.”
나머지 세 자매는 동시다발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로 누구랄 것도 없이 말한다.
“제발 언니 당신이나 시간 좀 지키지. 더 하자고 하기 없기다.”
밤 10시 화투 스타트.
화투를 썩고, 나누는 손이 능수능란하다.
선을 잡은 첫째,
화투 패를 살피고, 선 밑으로 둘째, 셋째가 먼저 칠 건지? 말 건지? 말해야 한다.
넷째는 부디 광을 팔고 나가고 싶다. 패도 패거니와 광만 잘 팔아도 본전이거나 조금 건질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둘째 “나는 무조건 go~다. 칠라고 게임하는 거지. 나는 쉴 일 없다.”
셋째, 둘째를 째려보면서 말한다. “거~ 패 안 좋으면 죽지. 광 값 아깝잖아.” 라며 망설이다 죽는다.
넷째. “아~~~ 패도 안 좋은데, 광 한 장이다. 좀 치지~~”
이번에도 첫째가 선을 잡았다.
패를 돌리고, 빨리 칠 건지 말 건지 말하라고 재촉한다.
둘째 “나는 친다.”
셋째 “앞에 내가 죽어줬잖아. 좀 쉬어..”
둘째, 셋째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광 몇 개야?”
넷째 “오~예. 세장. 삼백 원씩 주세요.”
셋째 “아~광 값 주고 얼마를 따야 되니?” 살짝 둘째를 원망 어리게 쳐다본다.
한 참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둘째는 쉬지 않고 게임에 참여한다. 그리고 못 먹어도 “고~~~~ 고~~~~~”를 외친다.
그러다 한-방을 날린다. 나머지 세 자매는 속수무책으로 큰돈을 잃게 된다.
셋째, 넷째는 조금씩 알뜰살뜰 모은 돈을 한 번에 잃고, 첫째는 광박 혹은 피박으로 한-방에 다 잃고 마이너스가 된다.
둘째의 폭등으로 나머지 세 자매는 울상이 되고, 다시 마음을 다 잡고 협공을 해보려고 한다.
한 사람의 독식을 막고자 은근히 패를 흘리며, 둘째의 자본을 야금야금 분산시켜보려고도 한다.
약속된 게임시간은 끝을 향해 달린다.
돈을 크게 잃은 첫째는 “자, 무조건 먹기 세 판만 하자. 그러고 나서 깨끗이 끝내자.”
결국, 돈을 잃은 나머지 두 명은 선뜻 동의를 한다.
이 게임의 연장을 반대하는 이는 한 명뿐이니, 다수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게임은 진행된다.
그러다, 첫째는 잃은 돈을 단 세 판으로 회복하기에 이른다.
전력을 다해, 온 우주의 기운을 다 끌어모아 게임을 진행한다. 그녀의 초능력은 그 마지막에 늘 발휘되었다.
게임은 늘 이런 식이로 끝이 났다.
한 방을 위해 무조건 go~~~를 하는 둘째 언니.
안전하게 게임을 이끌어가며, 크게 벌진 않지만 현상유지를 하는 셋째 언니.
고수들 틈에 광을 잘 팔 수 있는 자리 선점으로 눈에 띄지 않게 돈을 벌고 나오는 넷째.
투지와 인내로 잃었던 돈은 무조건 찾는다. 포기란 없다. 첫째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