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떨어진 2천 원으로 로또를 사고 생긴 일
어느 날 휴일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먹을 게 별로 없다. 라면으로 대충 때우기도 그렇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동네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약 2미터 앞 길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잰걸음으로 확인해 보니 천 원짜리 두장이 반으로 접혀 떨어져 있다.
'이게 웬 돈이야'
일단 주웠다. 혹시 오고 가던 사람이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 뒤를 쳐다봐도 앞을 봐도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착한 초등학생들처럼 이 돈을 들고 경찰서를 찾아가는 것도 내 나이나 돈의 액수로 봐선 우습고, 그렇다고 그 자리에 서서 오고 가는 사람 붙잡고 '혹시 돈 잊어버리셨어요?' 하기도 조금 그런 거 같고......'
'에라, 모르겠다'
순간 생각나는 게 이 돈으로 그냥 로또나 한번 사보자는 것이었다. 시장에 볼일을 다 보고 인근 로또방에 들렀다. 그날이 마치 추첨이 있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로또 2게임 주세요, '
주인은 나를 흘깃 쳐다본다. '쪼잔하게 2게임이 뭐야, 주인마음은 아닐지라도 내 딴에는 이런 표정으로 보였다. 아마 이런 경우를 두고 자격지심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로또 2게임을 사들고 다음날 휴대폰 카메라로 당첨확인을 했다. 그런데 당첨 숫자가 무려 4개, 4등에 당첨된 것이다. 금액은 오만 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2개만 더 맞았으면 1등인데? 하는 아쉬워할 것도 말 것도 없었다
돈 이천 원을 주워 오만 원에 당첨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다음 주 토요일 당첨된 로또를 가지고 4만 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만 원어치 로또를 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또 4등에 당첨된 것이다.
그렇게 4등 당첨의 행운은 2주 연속으로 끝나고 내 수중에 현금 9만 원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 생일을 맞아 가족끼리 강원도 설악산 여행을 간 적 있다. 그날 저녁에 파티를 하는 도중에 형수에게 축하금으로 10만 원을 받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그 현금 봉투는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여행하는 도중에 어디에선가 떨어뜨린 모양이다.
이를 어쩌나, 공돈 9만 원이 생긴 줄 알았더니 결국 만원을 잃어버린 꼴이 되었네, 남의 돈 이천 원을 주워 9만 원 뻥튀기할 때는 그렇게 좋더니 정작 내 돈을 잃고 나니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얻는 것도 전혀 없지 않으니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인생사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진리인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소득을 올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