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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Feb 25. 2021

난(임)중 일기

고백타임

1월2일, 운동을 다짐하듯 병원예약을 해두고 실천에 옮겨보기로 한다.

남들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인 임신이 단한번도 없었고 양가부모님에게서 잔소리조차 졸업했다.


새해소원까지는 아니었지만 원인조차 모르고 지내는것은 좀 심한 것 아닌가, 언제까지 마냥 '자연스러운' 현상이 생기길 두고 볼 것인가, 몇 년 후쯤의 나 자신에게도 떳떳하게 잘 기다리고 있었으나 안생겼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제주에서 광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지금 병원에 가고 있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고 겁먹을 것 없다고 드디어 남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결혼 7년만에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본인의 몸상태가 아무래도 염려스러운지 우리가 아이를 못갖는다해도 실망하지 않고 지금처럼 변치않는 사랑을 약속하라는 주눅든 약속타령에 동의와 다짐까지 받았다. 병원을 찾은 이유와 목적을 대며 남편과 나 모두 접수를 하고 진료를 대기하는데 남편이 먼저 호명되어 검사실로 올라갔다.


소변검사를 하듯 간단하게 검사하는 남편이 부러워졌다. 남자는 누구에게 보여줄 것 없이 스스로 해결하고 검체를 제출할때 찰나의 부끄러움만 참으면 되지만 적어도 나에게 산부인과란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철면피의 진료이다. 얼굴도 보기전에 초음파를 보자고 하는 의사, 기억도 가물가물한 생리시작일과 임신의 경험, 다른병원에서의 진료내용, 피임의 여부 등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를 고백해야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나는 6개월 혹은 1년에 한번씩 육지에 갈 일이 생기면 잊지 않고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를 받고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남편은 본인의 인생에서 산부인과는 처음이거니와 본인의 정자를 면밀히 관찰해주세요 하고 내어놓은 것은 첫경험이라 돌아와서도 내내 쑥쓰러워하고 불안해했다.   


장하다며 그의 은밀한 검사실이 너무 궁금해서 은근히 물었지만 그는 지금 그러한 것을 대답해줄 여유가 없나보다.  물리적으로는 간단한 일이고 예상한 고백타임이지만 당황스럽겠지 하고 이해하며 다시 진료를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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