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학과에서 눈물이 났다
유난히 지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을 글로 쓴다면 아마도 외로운 글이 될 것 같다. 만약, 글에도 어깨가 있다면, 그날의 글은 아마도 쓸쓸하게 굽은 글이었을 것이다. 그날 나는 그랬다. 기댈 곳을 없어 외롭고 쓸쓸한 굽은 글처럼 힘든 날이었다.
그날 난 어깨가 너무 아팠다. 나는 서둘러 일을 마치고 병원을 찾았다. 나는 정형외과를 가는 대신 통증의학과를 갔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피곤했던 날이다. 이리저리 자세를 취하고, 아픈 곳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진찰을 마친 의사의 말에 나는 그만 울었다. 눈물이 붙잡을 새도 없이 툭 떨어졌다. 하마터면 소리 내서 울 뻔했다. 의사는 내게 말했다.
"하늘을 좀 보세요. 어깨를 펴고 다니세요."
그날도 나는 축 처진 어깨로 의사 앞에 앉았을 것이다. 세상 걱정이란 걱정은 죄대 내 어깨에 올려진 것처럼 말이다. 의사의 말대로 나는 굽은 등이다. 돌아보니,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산 게 언제인가 싶었다. 의사는 굽은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어깨를 펴라고 했겠지만, 나는 그 말이 마치 위로 같고, 응원 같았다. 더 이상 고개 숙이지 말라고. 이제부터라도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니라는 말 같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고개 숙이지 말고, 가끔은 하늘도 바라보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괜찮다고.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힘내라고 말이다.
내 어깨는 늘 무거웠다. 책임도 많았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가득했다. 학교와 직장은 언제나 내게 콤플렉스였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이와 아내가 나보다 먼저였다. 특히, 요즘은 더욱 그랬다. 세상 어디에도 내가 없는 것만 같았다. 의사는 치료 차원에서 건넨 말이었겠지만, 나는 그 말을 끌어안고 싶었다. 말에도 온기가 있다면, 그러면 그게 글에서도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글도 말처럼 감정이 있다. 글은 글을 쓴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글은 나중에 읽어봐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어떤 글은 읽은 당시의 나처럼 지금의 내가 다 처량해지기도 한다. 내가 내 감정을 적은 글이라 그런 걸까? 문득, 내가 아닌 사람은 내 글을 읽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그날의 온기를 글로 남기고 싶었다. 힘든 하루, 나를 토닥여준 의사의 한 마디. 나는 그 말 끝을 붙잡아서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언젠가 또다시 등이 외롭게 굽은 날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