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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Dec 31. 2020

2020 책에서 만난 울림 있는 문장 모음


그 무렵 그렇게 조금씩 어딘가 모자라고 우스꽝스럽고 따사로운 무엇이 나를 키우고 가르친 건 아니었을까 하고.


타인을 향한 상상력이란 게 포스트잇처럼 약한 접착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도 우리가 그걸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 얇은 포스트잇의 찰나가 쌓여 두께와 무게가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달려 있다. 내가 먼저 열지 않으면 밖에 있는 사람은 내 마음의 귀퉁이조차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더 이상 실망하고 상처받고 싶지 않다면 꽁꽁 닫아둔 마음의 문을 열고 말해야 한다. 지금 내 마음이 아프다고, 있는 그대로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사랑할 때도 행복하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 밀고 나가려고 할 때 우리는 종종 죄책감을 느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죄책감을 부정적인 감정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원치 않는 것에 자신을 적응시키는 대신에 진심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때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죄책감이 드는 것을 환영해도 좋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고 당당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자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 내면에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라는 진실이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다.


사랑은 사실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 존재를 깨닫기만 하면 된다.


- 데이비드 호킨스, 놓아버림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모든 가족들은 조금씩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인간이 약간씩 정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얼마 안 남은 진정한 피신처 중 하나입니다.

...가족들을 만날 때면 그들이 당신의 도움 없이 수천 가지의 문제들을 지금껏 잘 해결해왔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희망봉을 보고 그 풍경에 넋을 잃었습니다. 이곳은 파도가 사납게 치는 차가운 대서양이 평화롭고 따뜻한 인도양과 만나는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곶은 '폭풍의 곶'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거친 파도의 높은 물봉우리가 절로 상상이 됩니다. 이곳이 대서양이 인도양과 충돌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죠. 파도 위에서 부서지는 새하얀 포말, 바로 거기에 인간의 삶이 있습니다.


헬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 메리 파이퍼,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들어 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 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우리 희수 잘못 아니야. 우리 희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언니는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어.


- 곽유진, 꽝 없는 뽑기 기계





말에는 '입말'과 '맘말'이 있다. 입말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고 맘말은 마음 속의 진짜 말이다. 입으로는 '괜찮다, 믿는다' 하면서 맘말은 '안 괜찮다, 못 믿겠다' 하고 있다. 맘말이 뉘앙스고 냄새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마음으로 안 괜찮다는 냄새를 풍기는 거다. 아이는 엄마의 입말을 듣지 않고 맘말을 듣는다. 입말은 귓전으로 스치고 맘말이 아이 몸에 스며든다.

...입말과 맘말이 일치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다.


모든 엄마는 '완전한 엄마'라는 것이다.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내 아이에게는 '완전한 엄마'다. 


엄마의 상처는 병이 아니다. 삶의 치열한 상징이고 견뎌온 삶의 흔적이다. 함께 살아온 동반자이고 앞으로 함께 성장할 나의 일부다. 아이는 엄마의 상처로 단련되고 엄마의 상처로 더 사랑받을 수 있다.


- 윤우상, 엄마 심리 수업





그녀가 속도를 떨어뜨릴 때의 반동으로 나는 흔들렸으며 그때마다 내가 회피해왔던 것들이 그녀에게로 가서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목도하는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그녀에게서 나의 또 다른 생의 긴 알리바이를 보았던 것이다.


그 개별적인 '다름'은 필연적으로 '섞임'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거기에는 비극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서투름과 욕망의 서사가 개입될 수 밖에 없었다. 다름은 개인성의 독립이지만 섞임이 그 종합은 아니기 때문이다.


혼자라는 건 어떤 공간을 혼자 차지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익명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뜻하는 거였다.


어차피 우리는 같은 시간 안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고 우리에게 유성우의 밤은 같은 풍경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책에서 말하듯 과거의 진실이 현재를 움직일 수도 있다. 과거의 내가 나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의 나도 다른 사람일 수 밖에 없다.


- 은희경, 빛의 과거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고통은 곪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너도 한번 당해봐야지"라는 식의 태도를 갖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그런 아이들은 남들도 자기처럼 독하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 그런데 왜? 힘들이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은 거잖아. 독한 거랑 강한 건 엄연히 다른데 말이야."


- 박진영,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삶이 차가워도.. 마음만은 따뜻하게..  photo by.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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