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드 Jul 19. 2024

일몰이라고 너는 그리고


일몰 / snow(2024.7.17) / Drawing



나는 아이의 그림을 믿는 편이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부터

이 믿음을 고수했다. 

 

강냉이처럼 펑 펑 튀어 오른 

신중하나 거침없는 스케치. 


9살 아이는 연필심을 믿는 걸까.

태양을 믿는 걸까. 

수평선을 믿는 걸까.


부쩍 잔눈물이 많아진 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본다는 건

그림 그린 사람의 믿음에 

옮아버리는 일일까.


온종일 태양의 수고를 알아채듯

연필로 콕콕 찍은

햇살 씨앗들.


이제 태양은 어디로 가는 거니?

아이에게 꼬치꼬치 

물어보려다

관둔다.


살아가는 동안 

붙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게 무언지 잘 모를 때가

허다하다.


일몰이라고 너는 그리고

믿음이라고 내가 쓰는 이유.


그러면,

네 작은 입술이 열리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휘파람이 

들려오는 듯도 하다. 


어떤 간절함처럼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