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부분은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범인들
생각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두번째 이유.
조지 슈타이너 '생각은 우리를 왜 우울하게 하는가' 두번째 챕터다. 지난번 첫번째 챕터에서는 생각의 불완전함과 우울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생각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한하기는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없기에 우울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챕터에서는 두번째로 생각이 왜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지의 이유가 나와있다. 우선 내용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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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자는 와중에도, 심지어 무의식상태에서도 생각이 이어질 정도이니 말이다. 오직 아주 드문 경우에만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 생각은 아주 깊은 고통이나 기쁨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언어 이전의 현상일 것이다. 그렇기에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신분석학에서 의식의 밑바닥 혹은 무의식이라고 부르는 층위를 단어나 그림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표면적인 층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언제나 생각의 행위는 방해에 노출된다. 수많은 내부적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생각의 일직선적 펼침은 끊기고, 다른 길로 인도되고, 바뀌고 뒤죽박죽이 된다. 예술가 같은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의 소용돌이에 침잠한다. 이러한 생각의 소용돌이는 우리에게 셀 수 없는 갈라짐과 틈을 통해서 불어온다.
일직선으로 생각을 하는 것은 가능할까? 생각이 하나의 레이저광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가능할까? 이러한 노련한, 절도있는 집중은 모든 방해를 뛰어넘어야지만 가능하다. 몇몇 행위가 이러한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이를테면 수학자나 체스마스터 같은 사람들이다. 또는 시계공이나 외과의사같은 사람도 이에 해당된다. 명상전문가들은 종종 놀라울정도로 오랜시간 완전한 집중상태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곧은 생각의 집중상태는 보통은 짧은 시간동안에 유지될 뿐이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취의 최정상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를테면 스피노자의 지리학적 방법(?)이나 서커스단 공연에서(?)처럼 말이다. 이러한 고도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은 젊은 시기에 사라진다. 순수 수학이나 이론적 물리학은 젊은 학자들의 특권이다.
절대적인 집중이 종종 정신적 고갈상태에 이르게 할 뿐하니라, 길게봤을 때 번아웃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증거가 있다. 영재들은 오직 소수만이 그 상태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 집중적인 생각의 폭발, 절대적 집중으로의 강요는 정신적인 고갈로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적인 이성과 성과 없이는 이루어낼 수 없는 편집증적인 상태이다. (?) 아르키메데스는 원뿔곡선에 대한 관찰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러한 집중이 그의 죽음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익숙한 생각은 정돈되지 않고 아마추어적인 시도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불멸의 우울'에 대한 두번째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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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에서는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우리가 생각을 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러한 제멋대로인, 쉽게 방해받는 생각을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다듬을 사람들은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점말이다. 이 부분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 나오는 부분이 좀 아리송하다.
그렇게 이루어낸 성취가 정신적 번아웃에 이르게 만드는가? 왜 그러한지가 설명이 부족했거나 내가 이해를 잘 못한 것 같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집중력은 갈고닦을수록 고도화되고, 그로 인해 이루는 성취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하지만 영재들이 나이들수록 지치고 평범해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생각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짧게 나와있는데, 소수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인간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은 아마추어적이고 평범하다. 그렇기에 생각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나는 이렇게 이해를 하였다. 말하자면 우리 대부분은 평범함을 넘어서기 어렵기에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앞부분의 전제와 설명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결론은 공감이 된다. 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원대한 꿈을 계획하고 실현해나가고나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내적으로 외적으로 방해를 받으니 말이다. 그러한 것을 극복해내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목표를 향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나는 매일 아주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실천해나갈 수 있는 루틴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에게도 루틴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그러한 꾸준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됨을 느낀다. 피아노를 사고 딸램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열흘 좀 넘었다. 첫날은 들떠서 하다가 자세잡고 손을 바르게 놓고 치는 것, 악보를 보는 것, 어느 것 하나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딸램은 바로 실증을 내고 피아노 이야기만 나오면 배가 아프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아직은 이른가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좀 더 시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날은 두 곡(?) 정도 하고, 다름날은 한곡, 그 다음에 나온 곡은 어려워해서 거의 일주일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익숙해지자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역시나 하기 싫어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중간중간 잘 설득을 해나가는 중이다. 피아노 연습시간은 10분 내외이니 크게 힘들거라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지금은 아직 처음이라 한꺼번에 모든 걸 적응해나가는 과정이라서 힘들테지만 한달이라도 해보면, 그렇게 너무 어려웠던 것들은 어느새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이 든다. 딸아이에게 작은 성취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루틴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George Steiner 'Warum Denken traurig mac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