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철학이 필요한 순간 - 스벤 브링크만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이 책은 그 행복이 진짜 의미가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내게도 행복이란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삶의 소소한 경험들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은 개인의 주관성이 아닌 인간 본성과 이성에서 나오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을 때 ‘결국 작가는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면서 읽었다. 이 책에서 내 삶에서 굳게 딛고 설 만한 관점은 있는지, 여기서 정신적 무기를 가져갈 수 있는지 판단하면서 말이다.
다 읽은 후에는 이 책에 나온 가치들이 삶 전체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인생 전체의 삶’에서 ‘회사에서의 삶’으로 좁혀서 해석해봤다. 현재 이 시점의 내 삶에서 일은 끊임없이 물음표만을 남기고,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고 싶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더 의미 있게 일하는 데 적용할만한 관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둔 내용이다.
1) 선
“일이라는 것이 그 자체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일이라는 것이 회사에서 소속되어 월급을 받기 위한 행위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행위 자체로 보면 그것이 바로 ‘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승진이나 연봉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노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일’하는 것을 유지하는 것 말이다.
2) 존엄성
“성과를 떠나서 사람은 회사에서 존중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존엄성을 위반하는 사례, 즉 사람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사례는 특히 ‘기업’이라는 환경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 성과를 떠나서 사람은 회사에서 존중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특히 이런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칸트의 말에 동의한다.
3) 약속·자기·책임
“회사에서 내가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책임감부터 발달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회사에서 주체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결국에 회사가 일하는 방식에 관여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관여한다는 것은 약속할 권리이고, 약속할 권리를 지닌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책임감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 책임감을 발달시키는 과정은 혼자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질문들에서 더 잘 이루어지며,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차츰 주체성을 확보해간다.
결국 회사에서 내가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책임감부터 발달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4) 진실
“모든 것이 마구잡이로 일어난다고 해서 너 역시 마구잡이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회사가 방향성이 없이 흔들린다고 해서 나 역시 방향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만들어가는 일은 바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 물론 회사에서 개개인이 큰 결정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관계 속에서 몇몇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회사에서의 삶’으로 좁혀 해석했음에도,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도 많고 모순되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의 이익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대가 없는 선이나 용서는 정말 어렵다.
다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과연 진정한 의미를 충족하고 있는가는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내 행복이 최우선이었던 지금, 어쩌면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