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희 Dec 07. 2023

고요한 밤

난 그 밤이 참 싫었어

누군가는 전부를 잃고

영원한 고통에 목을 매고

가장 익숙한 길에서 무너져 생채기가 날 그 밤이

참 고요해서

아득히도 조용해서 야속했어


누군가의 오늘은 내일을 생각할 수 없고

조각조각 나 딛고 설 자리조차 내 편이 아닌데

당연한 순리라는 듯 꺼지는 불빛들과

무심하게 반쪽짜리 얼굴만 내민 달이

이렇게나 조용할 순 없어서


감히 신을 원망하지도 못하고

밤이 고요하다는 말만 하면서 울었어


밤이 지나고 새벽이 항상 온다는

위로가 되던 말이

홀로 떨어진 위성처럼

눈앞을 떠돌았어


그럼에도 또 새벽은 오겠지

작가의 이전글 승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