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텃밭 가꾸기
텃밭 만들기 1차 시도
단독주택 1년 차. 마당에 각종 모종을 가득 심었다. 파릇한 잎만 있는 상태로 데려온 방울토마토에 처음으로 핀 노란 꽃이 너무 소중해 떨어지지 않도록 매일을 지켜봤었다. 하지만 뒤늦게 알게 된 팁인데 첫 꽃대를 제거해야 다른 가지에도 골고루 영양이 가 전체적으로 열매가 실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방울토마토 모종들은 영향 불균형으로 크기만 크고 열매는 몇 개 열리지 않았다. 같이 심었던 고추는 물을 많이 주지 말라고 해서 너무 안 줬더니 말라죽었고, 상추는 어마어마하게 자라더니 짧은 전성기를 누리고 끝이 났다. 예뻐서 하나씩 데려온 꽃화분들은 한 계절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더운 여름 땡볕에 바스러졌다. 명백한 흉작이었다.
텃밭 만들기 2차 시도
단독주택 2년 차. 포기하지 않았다(왜?). 또다시 엄청난 모종을 사고 있는 나를 보며 식물 입장에서는 내가 굉장히 섬뜩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꼭 살려줄게...(?)’라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방울토마토의 첫 꽃대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물도 정기적으로 주었다. 벌레가 많이 생기는 고추와 관리가 힘든 꽃화분은 심지 않고 바질과 애플민트 같은 허브류에 집중했다. 결과는 (작년 대비) 대풍년! 방울토마토는 주렁주렁 열리고, 바질은 너무 크게 자라 이러다 나무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애플민트는 매일 모히또를 만들어 먹어도 남을 만큼 자랐고, 방울토마토는 알이 크지는 않았지만 아주 탱글탱글해 신선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물론 마트에서 500g에 3천 원하는 크고 싼 대추 방울토마토를 보는 순간 나의 수많은 노력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햇빛 좋은 주말에 탱글한 방울토마토 몇 알과 바질을 뜯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니 단전부터 즐거움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편안함과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단독주택의 삶은 적절하지 않다. 두 달을 매일 신경 쓰며 기른 방울토마토와 슈퍼에서 3천 원에 사 온 방울토마토의 크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주 5일 회사를 다니며 야근까지 하는 직장인에게 단독주택은 생각 이상으로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삶이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잘 만들어준 세련된 공간에서 편안하게 사는 삶보다 뭔가 불편하고 어설프더라도 내 손으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면 단독주택은 새하얀 스케치북처럼 뭐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물론 할 일이 많은 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간소화하는 것도 꼭 필요한 것 같다. 어쩌면 결국에는 이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