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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각화 Apr 30. 2024

엄마마음

엄만 과자 안 좋아해

오물오물

쪼끄만 손으로 딸기하나 집어 입안으로 쏙.


바사삭바사삭

앙증맞은 손으로 고소한 과자 하나 집어 입안으로 쏙.


닭다리 두 개, 닭날개 두 개.

닭다리 잡고 한입에 쏙.

닭날개 잡고 한입에 쏙.


아이 입안에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엄마는 새콤달콤 딸기를 먹은 듯, 고소한 과자를 먹은 듯, 닭 한 마리를 먹은 듯 배가 부르다. 


엄마 새콤한 거 안 좋아해, 너희들 다 먹어.

엄만 과자 안 좋아해, 너희들 다 먹어.

엄만 닭가슴살이 제일 좋아. 닭다리, 닭날개 너희들 다 먹어.


엄마가 되면 딸기, 과자, 닭다리나 닭날개.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우리에게 다 주시는구나.


충분하지 않았던 먹거리. 그에 비해 먹을 입은 많았던 시절. 다섯 자매를 키워내시던 시절.

어머니는 당신의 입에 넣지 않으시고, 그만큼의 양을 우리들에게 나누어주고 우리들 입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먹은 듯 행복해하시며 활짝 웃어 보이셨다는 것을 엄마가 되어보고서야 안다.


"얘들아. 너희들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행복하다." 

이 말씀이었음을.




엄마마음에 대한 story


나는 저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어릴 적 과자를 사 먹으라고 주셨던 용돈으로, 당시에 작은 돈에 양이 많다고 느꼈던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X에 손이 가요 아이손 어른손 자꾸만 손이 가~~' 국민과자를 사들고 어머니 옆에서 야금야금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바느질 품삯으로 받은 돈에서 내어주신 동전. 나는 신이 나서 그 과자를 사 와 봉지를 열고 몇 차례 내입에 넣곤 어머니 입에 넣어드리려고 했다. 여전히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고 계셨기에 손에 바늘과 옷감이 들려있었다.


"엄마, 아~"

"엄마는 과자 안 좋아해. ○○이 다 먹어."

"진짜요? 엄청 맛있는데? 하나만~ 하나만 먹어봐, 엄마"

고개를 돌리시며 극구 싫다고 하셨기에, 진짜인 줄 알았다.

당시 속마음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속으로 아싸~를 외치지 않았을까? 내 입에 다 넣을 수 있으니.

"그렇게 맛있니?" 

물음과 함께 빙긋 웃으셨던 어머니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내일도 모레도 엄마 옆에서 바느질하는 거 조금 도와드리면 과자 사 먹을 용돈을 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국민학교 저학년 땐, 늘 바느질 하시는 어머니 곁에 머물렀으니까.


세월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고 친정집엘 갔는데, 그 국민 과자가 있었다. 

간식으로 사다 두고 드시고 계시는 걸 보곤 울 엄마 거짓말쟁이란 걸 알았다. 그제야. 철도 없지...


세월이 흘러 나의 아이들이 크고 우리 집에 다녀가시느라 오신 어머니.

아이들 간식으로 그 국민과자와 딸기를 접시에 올려뒀는데 아이들이 할머니께 다가갔다.

제 입에 열심히 넣던 과자를 할머니 입에 넣어드리고 싶었던 거다.


"할머니, 아~"

"할미는 과자 안 좋아해. ○○이 다 먹어."

저런 거짓말을.

나는 얘기했다. 아이들에게.

"얘들아, 할머니 과자 엄청 좋아해. 얼른 입에 넣어드려."

"애들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됐어. 할미는 괜찮아."

나는 보여드렸다. 아주 커다란 국민과자 봉지를. 이만큼 있다고. 먹고 싶으면 더 사다 먹으면 되는 거라고 말도 했다. 

그제야 어머니는 아이들 손에 들린 과자를 입에 넣으시며 행복의 미소를 띠셨다.


그래놓고 다시 한바탕 딸기를 갖고 똑같이 그러신다.

"할머니, 아~"

"할미는 딸기 안 좋아해. 새콤해서 싫어. ○○이 다 먹어."

에구. 저런 거짓말을.

지난겨울 아버지 제삿날 딸기 맛있게 드시고도 또 저러신다.

"얘들아, 할머니 딸기 엄청 좋아해. 입에 넣어드려"

나는 똑같이 아이들에게 얘길 했고, 어머니는 민망하신 듯 내게 눈을 흘기시곤 맛있게 드셨다.

그랬다. 그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요즘에 내가 똑같이 하고 있음을 본다.

아이 넷. 치킨 세 마리는 있어야 우리 가족 그나마 제대로 든든하게 먹는 시기가 되었다. 중학생이 된 아들이 한 마리를 먹고도 더 먹는 시기가 된 거다. 


치킨이 오면 닭다리, 닭날개가 먼저 사라진다. 

퍽퍽한 닭가슴살만 남기기를 반복하고.

남편이 닭다리 하나를 내 접시에 올려주는걸 그대로 시선이 따라온다, 셋째 아들 녀석의 눈빛이.


나는 아들에게 기꺼이 양보했다.

"엄만, 닭가슴살이 제일 맛있어. 이건 우리 ○○이 먹어~"


부드러운 그 닭다리가 쫄깃거리고 맛있는 걸 거부할 순 없지만, 먹다 보니 닭가슴살도 맛있다. 오래오래 씹으면 고소한 맛도 느껴지고. 게다가 기름지지 않아 몸에도 좋으니 어쩜 앞으로도 나는 닭가슴살을 제일 맛있어하는 엄마가 되지 않을까? 


몇 번의 반복된 일이 있은 후, 그 덕에 부위별 세트로 시키면서도 큰아이와 남편은 굳이 나를 위해 닭 한 마리를 포함해 주문한다. 나는 거뜬히 아주 맛있게 먹는다. 닭가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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