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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 Jul 17. 2019

워킹맘, 잠시 울컥할 때

넷플릭스 ‘워킹맘 다이어리’ 통해 보는 워킹맘

넷플릭스의 <워킹맘 다이어리>를 아껴보고 있습니다(캐나다 드라마로 원제는 Workin' Moms)


잘나가는 광고회사 임원인 여주인공. 출산휴가 후 복직해서는 사내 역학 구도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봅니다. 후배였던 남자 직원이 어느새 부사장으로 승진해 있습니다.


그는 회사에 화장실에서 양쪽 가슴에 유축기를 꽃고 유축하는가 하면, 아이 봐주는 보모와 갈등을 빚어 내쫓고 친정엄마 소환. 하지만 별거 아닌거에도 친정엄마와도 신경전을 벌이는 초리얼 드라마입니다.



회사 다니는 맘으로서 공감가는 장면은 이거였습니다. 하필이면 야근까지 해야 하는 날. 동료들이 회의실에 모여서 테이크아웃해온 차이니즈 누들을 먹고 있습니다. 남자 동료 한 명이 묻습니다.


아기는 누가 봐주고 있어?


보모가 봐두고 있다고 호기롭게 대답하는 여주. 그리고 젓가락으로 누들을 다시 먹으려는 순간. 이 남자 동료, 짓굳은 질문 다시 던집니다.


아이가 보모한테 엄마라고 부르지 않아?


순간 여주 얼굴이 굳더니 일그러집니다. 잘은 기억안납니다만 이런 순간, 다들 있으시리라 짐작합니다. 안그래도 그날 낮에 여주인공은 동영상을 받습니다. 아기가 처음 옹알이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우리 아기의 첫 마디, 엄마는 그 시간에 회사에 있고, 그 장면을 놓친 게 마음 쓰이고 있었던 터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체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면서 무얼 위해 일하는 걸까요?


생각해보니, 저 역시도 <워킹맘 다이어리>에서처럼 아이의 첫 순간을 놓친 게 꽤 되는 군요.


#아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가눴을 때

[뒤집어도 고개를 떨구고만 있다가 첨으로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소파에 혼자 앉았을 때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는 모습이었죠]


#아이가 처음으로 미니 놀이기구라는 걸 탔을 때

[500원 넣고 타는 놀이기구 있죠. 집 근처 몰에 친정엄마가 산책 겸 나가서 찍어주신..]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사진을 통해 보는 아이의 첫 순간.


복직맘이라면 누구나 이런 순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 낳고 나서도 우울감이 찾아오지만, 복직해서는 또다른 차원의 2차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아기와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그 아이를 떼어 놓고 집에 오는 순간, 웬지 모를 미안함이 들 수도 있고, 여주인공처럼 출산 전과는 다른 사내 위상을 스스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대체로, 복직하고나서는 자의든 타의든 원래 부서에 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아이 떼놓고 이 일을 하나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Unsplalsh


음. 저같은 경우엔 회사 복직했다며 여러 선배들이 좋은 얘기들 많이 해주셨습니다. 회사를 30년 넘게 다닌 지긋한 선배 말씀입니다.

집에 가면 아이 많이 안아줘. 하루 종일 엄마 기다리고 있었을거야. 엄마를 알아보든 안알아보든


마음찡해져서 잠시 훌쩍였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그 순간에도 아이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까 순간적으로 마음이 괜시리 가라앉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진짜 퇴근하면 아이 많이 많이 안아줍니다. 의식적으로 더 많이 안아줘서 그런지, 제 미안함도 덜해지는 것 같고 아이도 저를 더 반겨줍니다.


회사에 있으면서 아기의 첫 순간을 여럿 놓치긴 했으나 복직한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첫 순간은 놓쳤지만 두 번째 순간이든 세 번째 순간이든 저와 남편과 같이 하면 되니까요. 무엇보다도 아이의 첫 순간에 저만큼이나 아이를 사랑해주는 친정엄마가 함께 해주니, 친정엄마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Unsplash


이렇게까지 무언가를 감수하고 아이와 떨어져서 일하는만큼 일에 좀더 집중해야겠단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퇴근해서 그리고 주말에 아이와 있을 때에는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말을 걸고 더 많이 놀아주는 quality time을 보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엄마.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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