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뒤척뒤척 스르륵, 기억하고픈 순간들
신생아 시절에는 재우기가 고역 중의 고역이었습니다.
한 번 재우는 데에 무려 1시간. 아기를 재우다가 제가 울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악을 쓰면서 안자는 아이 때문에.
지금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느냐 싶을 정도로 아기 재우기가 즐겁습니다. 아이가 잠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재밌습니다.
워킹맘인 저는, 퇴근해서 아기를 재웁니다. 특별히 회사 약속이 없을 경우에요.
저희 아기는 일단 밤 8시에서 9시 사이가 되면 하품을 합니다. 혹은 눈을 비빕니다.
아, 아기들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눈을 비빌 줄 아는 걸까요. 눈비비기를 매일 보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기하고 여전히 즐겁습니다.
아기가 적당히 배가 찼다 싶으면, 바로 침대로,
배가 고플 것 같다 싶으면, 분유를 타서 먹이고 침대로 데려갑니다.
(기준은 없습니다. 그냥, 감/느낌입니다)
침대에 눕히면 아기가 뒤척입니다.
그러면 매일 덮고 자는 이불을 줍니다.
바로 이 이불이 핵심인데요, 아기는 이불에 얼굴을 부비다가 그냥 잠들어버립니다.
심지어 이 이불을 주지 않아도, 근처에 있는 걸 어떻게 아는지, 스스로 팔을 뻗어 이 이불을 자신의 얼굴 위에 갖다 대고 부비적부비적합니다.
진짜, 마법의 이불입니다.
옛날에 어렸을 적 봤던 만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어렴풋하게 기억 납니다. 누군가의 얼굴에 모래를 뿌리면(이 모래는 반짝 반짝 빛납니다), 모래를 맞은 사람은 바로 잠들어버리는 장면이요. 저희 아기는 꼭 그런 마법의 모래를 맞은 것마냥 대체로, 바로 잠들어버립니다.
원래는 제가 이 이불을 따로 사진 않았고(제가 물욕 없는 육아를 추구하는 지라...이 내용은 이 브런치에 '물욕 없는 육아'라는 매거진으로 쓰고 있습니다)어른 이불에 면 패드만 아기 사이즈로 작은 걸 몇 개 사서 깔아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 친구가 저희 집에 왔을 때 선물로 이 이불을 갖고 왔습니다. 아들이 애착이불이 있는데 요긴하게 잘 쓴다면서요.
마법의 이불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건 아닙니다. 한쪽은 부들부들하고, 한쪽은 가재 수건의 재질의 이불입니다. 아직도 남편 친구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 상황은 비교적 쉽게 재울 때이고 아기가 스스로 잘까 말까 망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졸릴 대로 졸린대도 불구하고 자기는 싫은거죠.
눕혀 놓으면 하품은 하면서도 저랑 눈을 마주칩니다. 자는 듯 싶다가도 저를 쳐다보면서...
아기는 졸린 와중에 저와 눈을 일부러 마주치고 웃습니다.
원래는 모른 척 해야 아기가 바로 잠든다는 걸 알면서도, 낮에 내내 회사에 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를 만난 저는 맘이 약해집니다. 저 또한 아이를 더 보고 싶단 유혹도 있고, 아이 역시도 엄마인 저를 더 보고 싶어서 이러는구나 싶기도 하고...
저도 싱긋 웃어주거나 심지어 노래도 불러줍니다. 그냥 더 놀아주고 싶어서요.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저도 옆에 누워서 손짓까지 하며 율동해주면 아기는 소리내어 웃습니다.
아, 잠은 건너가듯 합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하품하면서 몇 번 뒤척입니다(참 아기 답죠)
이럴 때 배를 토닥 토닥 해주거나 가슴에 손을 올려주거나 이도 안되면, 다시 마법의 이불을 주면 알아서 잠듭니다.
아, 세상에 어떻게 이런 보물이 나왔는지
안 이뻐할 래야 안 이뻐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들이 다 그렇게 느낄테니, 아기에 대한 이런 맘을 그냥 맘껏 표출하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신생아 재우기 등등으로 힘드신 분들께는 제가 쉽게 재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저는 흑역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 험난한 과정은 조만간 기회가 될 때 다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면교육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그냥 금요일 밤이고 해서, 즐거운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아기가 크면 이렇게 아이 재우는 순간들도 그리워지겠지요?
+TMI)
주의를 요합니다! 마법의 이불 함정은, 재우는 사람까지도 같이 잠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
사실 저는 아기를 재우고 나와 책을 읽든 뭐든 하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지만, 재우다가 같이 자버리고 새벽 두세시 쯤에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앗, '자유시간(?)'이 날아가버렸네, 하면서 안타까워 하다가 다시 잠들어버립니다.(오늘은 다행히 같이 안자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엄마.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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