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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머리영 Feb 08. 2021

아무 마감

개나 소가 되기로 하자!

에세이 쓰기 마감 알림 당번이. 마감을 앞둔 이틀이나 사흘 전에 마감 알림을 울린다. 그러나 나는 마감을 짓지 못하고 있다. 


브런치에 <아무 마감>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아무 글을 쓴다. '아무 글 챌린지'라고나 할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닮은꼴처럼 들어맞아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속았다.


내 말을 가로채 날을 세울 정도로 어떤 사람이나 어떤 에 대한 느낌이 다르기도 했다. 닮은꼴이라는 믿음에 쉽게 맞장구를 쳐주곤 했고, 깨달음이라고 오해했다.


요새는 개나 소나 글 쓰고 책 낸다는 말에 한참 멍했다. 개도 소도 글을 쓰는 세상이니 너무 부끄러워 마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어 심지어는 같이 웃었다. 바보.


내가 무슨 작가가 되겠다고, 독자라도 제대로 하자고 바보는 생각. 


또라이라고, 똘끼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닮은꼴에 기대어 같이 웃었다. 김문정 작가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노하우를 잊어버린 바보의 웃음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쏟아낸 말에, 나도 함께 웃어 버렸던 에 이제서야 이 한마디를 하고 싶.


"어, 상처 주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적당한' 만큼 어려운 단어가 세상에 또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2단계. 이렇게 단순할 수는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적당한 거리가 사리지자, 닮은꼴인 사람은 동시에 무례한 타인이 되어버렸다.


내 탓이다.




독자로 살자면서도 때때로 기록하고 싶은 단어가 떠오른다. 어제의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개나 소나 할 소리겠지만 기꺼이 개나 소가 되어 개나 소의 문장을 메모한다.


생명다양성. 작년부터 내내 마음에 품고 있는 단어다. 게다가 아이들 수업에서 나는 코알라 선생님으로 활동한다.


 나는 코알라다. 개나 소나 코알라의 말을 지껄여보기로 하자. 아무 글이나 아무 마감이나 일단 쓰기로 하자.

(feat. 지코의 아무 노래)


아무 글이나 일단 써

아무거나 떠오른 걸로

아무렇게나 써 봐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I'm sick and tired of my 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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